[강산 칼럼]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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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문화매거진 2024-07-29 12:28:19 신고

▲ 제목 미정, 강산, 2024년作, 30호(91x72), acrylic in canvas
▲ 제목 미정, 강산, 2024년作, 30호(91x72), acrylic in canvas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그림 독학을 시작한 지 9년하고 딱 한 달 지나고 있다.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무작정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이 다였다. 그러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은 2018년에 시작되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림을 배우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영국 석사과정으로의 진학을 마음먹고 그동안 그린 작품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그림들은 내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 전공이 아니었던 나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아예 감도 잡지 못하고 그냥 열심히 그림만 그렸던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설명을 적어야 하는데 보고 그린 것이 전부이다 보니 작품별로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자기 그림을 그리라는 화가님들의 조언이 무슨 말이었는지 그때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글로 쓰고 싶은 말, 하지만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적기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거실에 걸고 자꾸만 보고 싶은 예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것인지, 대중들의 니즈와 상관없이 그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그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었다. 

사람들이 자꾸 보고 싶은 그림들은 미술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예쁜 그림을 그려보려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내내 내 마음이 편치 않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겁기보다는 부담이 되었다. 

결국 나는 대중들의 니즈보다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주로만 그리기로 하였다. 사실 굳게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그려지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림 시작한 지 9년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갤러리에서 2회, 독립서점에서 1회, 작은 카페에서 1회의 개인전을 하였고, 전국 공모전 1회 입선, 그리고 최근 신문사에서 개최한 공모전에서도 성과를 보인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 사람들이 거실에 걸고 싶은 그림이 아니더라도 내 그림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림 경매 사이트를 둘러보니 예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이한 내 그림이 그 그림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제 그림도 매매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아, 작가님이시군요. 그럼요, 매매 가능합니다. 일단 사이트에서 그림 몇 점 보내주시겠어요?”

생각외의 긍정적인 대답에, 나는 정성스럽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해당 사이트 개인 문의로 업로드 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답 메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답 메일도, 연락도 없기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내가 업로드했던 문의 글에 답글이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시는 그림이 아닙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개하는 입장에서도 잘 팔릴만한 그림을 중개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2018년 영국 석사과정을 위해 유학원에 내 그림을 몇 점 보여주었을 때 상담했던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림의 수준이 떨어집니다. 석사과정 합격이 어렵습니다.”

6년 전 그 유학원 상담사의 말과 2024년 경매 담당자의 워딩은 달랐지만, 같은 의미로 들렸다. (당시 유학원 상담사의 말이 내 폐부를 후벼 팠지만, 개의치 않으려 노력했고 런던의 킹스턴 대학원에 입학허가를 받아냈었다. 결국 코로나로 진학하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은 이렇다.

 

       

왜 이런 그림을 그려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때요?

복도에 걸려있으면 무서울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의 니즈를 의식해서 그린 것은 내 그림이 아닐 것 같다. 그런 그림을 그린다 해도 그림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자신의 그림을 지금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 하지 않는 것,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자기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의 애티튜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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