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말은 원래 금요일에
만나기로 한 걸 그냥 내가 가뜩이나
쥐 랄부 보다도 작은 용기를 쥐어짜며
하루 일찍 만나고 싶다 한걸
상대분이 받아준 것으로 시작된다
목요일 6시 40분쯤 미리 약속 장소로
나왔는데 그날따라 그 주변 상가가
죄다 문을 닫았더라 식당도 카페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갑자기 비 쏟아지는데 필자가 몇년전 사고로 머리에 큰 상처가 있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비 맞는건 여전히 조심 해야 함
근데 하필 이 ㅂㅅ같은 본인의
구멍난 대가리 속엔 온통 상대분을
만나고 싶단 생각만 한 나머지
우산을 안 챙겨온거지
가방 열어보니 탈취제랑
땀 대비해서 챙겨온 여벌 수건이랑
상의 한 벌 얼음물 뿐이더라
최대한 비 피할수 있게끔 상가 계단으로
가서 바닥에 수건 깔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기다렸지
10분 20분 지나서 7시가 되니까
저 멀리서 우산 쓰고 걸어오시더라
근데 진심 ㅈㄴ 예쁘셨음
첫번째 두번째 만났을때도 예뻤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 예뻤음
노출 하나 없이도 이렇게 예쁠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음
상대분 첫인상 봤을때 엄청 차분하고 과묵한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대화 하면서 은근 유머러스
하고 똘끼 있긴 했지만 되게 첫인상
그대로인 부분들도 많았는데
그렇게 얼음 같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분명 천천히 걸어오던 중 나랑
눈 마주치니까 토도도도 빗방울
튀기며 뛰어오시는데
진짜 이렇게 될뻔한거 겨우 참고
최대한 침착하게 목소리도 한키 깔고
인사하고 가방에서 남은 수건 꺼내드렸지
씩 웃으시면서 수건으로 머리 닦으시곤
" 또 미리 빨리 와서 저 기다리신 거죠
천천히 오시라니까 "
이러시면서 나 쳐다보는데
진짜 너무 설레더라
그런데 약속 장소였던 롤링 파스타도
카페도 설빙도 다 쉬는 날이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던 차에
" 그냥 저기 앉아서 좀 쉴까요 "
하면서 상가 2층 쪽 가리키더라고
그래서 올라가보니 쉼터 처럼
나름 깔끔하게 휴식공간 있길래
비 그치기 기다릴겸 같이 앉았지
진짜 비 미친듯이 쏟아져서
비 내리는 소리 건물 하수구
물 빠지는 소리 엄청 났을텐데
솔직히 아무 소리도 못 느끼겠더라
ㅈㄴ 심장 너무 뛰어가지고
그런데 상대분이 갑자기 나한테
그러는거야 자기한테 할 말 없냐고
진짜 그냥 심장이 철렁 하더라
세 번 밖에 안 만났는데 고백 하는거
너무 짜치지 않을까
애초에 이 분은 그냥 가벼운 생각으로
마침 자기랑 코드 잘 맞는 친구 사귀려는거 뿐인데 나 혼자 오바 하는거 아닐까
괜히 고백 했다가 빠그라지면
다신 이 분 못 보는거 아닌가
그 짧은 순간에 온갖 부정적이고
안 좋은 상황들 시뮬레이션 돌리고 있더라
상대분은 계속 나 보면서 내가
말할수 있을때까지 기다려 주고
그거 보니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 ㅂㅅ 같고 찌질해 보이더라
그때 갑자기 ' 그러니까 그 나이 먹고 모솔인거지 자기 의견 똑바로 말 못하고 평생 남 눈치만 보다 팽 당할 새끼 ' 라면서 갑자기 머릿속에서 대학 2학년때 교수가 나한테 했던 그 말이
자동으로 재생 되더라
한심하게 눈물 나올거 같아서
이 악물고 버텼음
그런데 갑자기 상대분이 내 손
잡아주더라 정확하겐 감싸 쥔거지만
여자 손 처음 만져보는거라
진짜 아무 생각 안 나고 정신
나갈거 같았는데
상대분이 억지로 말하실 필요 없다고
자기 괜찮으니까 나중에 천천히 말하라고 이거 말 안한다고 안 만날거 아니니 걱정 말라면서 안심 시켜주더라
그런데 그때 갑자기 냉정해지더라
비 맞은 개 마냥 벌벌벌 떨던게
사라지더라고
심호흡 하고 상대분에게 고백했음
처음 뵀을때 정말 진부하지만
첫눈에 반했다고
제 친구랑 그 여친 분 말고도
나랑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있을거라
상상도 못 했다고
몇 시간 얘기해도 또 얘기하고 싶고
하고 싶은 얘기 듣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고
ㅆㅂ 쓰면서도 ㅈㄴ 오글거리는데
아무튼 저따위로 고백했음
기본적으로 표정 없으셨던 분이라
별 반응 없으실줄 알고 고개들고
상대분 바라봤는데
" 저도 좋아해요 "
이 짧은 한마디 들으니
갑자기 힘 풀리더라 표정 관리도
안되고 ㅆㅂ
그리고 다시 나한테 말하시더라
" 진짜 죄송한데 본인이 어떻게든 제 앞에서 표정 관리 하려는게 보여서 귀여웠어요 "
" 저도 나름 연애 많이 해봤는데
이런 타입은 처음이었어요 "
뭐 더 말해주시긴 했는데 정확히 기억 안 남 그냥 요약하면
네가 나한테 반한거 알고 있었다
오늘 고백 안했으면 이따 내가 하려고 했다 왜 여태 연애 못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대충 이런 내용들 이었음
그러고는 씩 웃으시면서
언제까지 자기 손 잡고 있을 거냐고
하시더라고 ㅆㅂ 고백할때부터 계속 잡고 있었던 거더라ㅋㅋㅋㅋ
내가 또 어버버 하니까 갑자기
나 일으켜 세우시더니 안아주더라
다른 사람한테 안겨본게 언젠지도
기억 잘 안나는데 되게 좋았음
호칭 정리도 원래 서로 그냥 계속
OO씨라 불렀는데
나는 이제 누나라 부르기로 하고
누나도 나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지
근데 말 쉽게는 안 놔지더라ㅋㅋㅋ
그러고는 내 손 잡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빵 소리 나서
ㅈㄴ 깜짝 놀라서 돌아보는데
ㅆㅂ 내 친구새끼랑 여친분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더라
차안에서 친구 여친분이랑 누나랑
이런저런 얘기 하던건 기억 나는데
내용은 기억 안 남 이 상황이 ㅈㄴ
꿈 같아서
브케인도 나 표정 보더니
저 새끼 저 표정 고딩때 이후로
처음 보네ㅋㅋㅋ 하면서 개쪼개더라
내일 만날때 죽었음 화톳불로
만들어 버릴거임
암튼 시간 지나서
집 앞에 내려 주는데 누나도
같이 내리더라고 배웅 해준다고
따라 나왔고 몇 분 지나서
지하 입구 앞에서 이제 들어갈 준비
하는데 누나가 또 자기한테
할 말 없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누나 그 말 들을때
솔직히 한대 맞은거 같았어요
하니까 엄청 웃으시더라고
그러고는 또 나 안아주는데
아까랑 다르게 온 힘 다해서 꽉
끌어 안아주더라 되게 행복한
답답함 이었음
그러고는 토욜에 넷이서 영화보자고
데드풀vs울버린 예매해놨다면서
그리고 다시 차로 돌아가려다가
다시 토도도 뛰더니 내 배에다
주먹으로 툭 치고 돌아가더라고
집 도착했는데 뭔가 몰카 같고
기분 이상하고 꿈만 같고
누나가 나 안아줬을때 그 감각
아직도 생생하고 막 그러더라
ㅈㄴ ㅂㅅ 같게도 한 20분 운거 같아
왜 운건진 나도 몰라 그냥 눈물 남
평생 연애 한번 못 할거라고 생각했고
기대도 안 했는데
너무 과분한 상대가 내게 와줬으니
진짜 열심히 사랑해 보려고
매일매일 순애를 실천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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