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대전)=최현진 기자] 시선을 사로잡는 민트색 카페 건물 앞으로 슈퍼카와 클래식카가 도열해 있다. 보기만 해도 포스 넘치는 모습에 조금 기가 눌리기도 한다. 그런데 뭔가 특이하다. 차들마다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있다. 가까이 가서 만져보고 시트에 앉아보고 핸들을 돌려봐도 어느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대전 유성구 궁동에 위치한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카레이지 히피스(이하 히피스)' 이야기다.
이곳의 오너인 문예철 대표는 12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버 '압구정시골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 대만 갖고 있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슈퍼카와 클래식카를 수십 대나 소유하고 있지만, 문 대표 본인은 자신이 그저 친근한 동네 형으로 비치길 원한다. 그래서 유튜브 속 그의 모습도 슈퍼카를 타고 다니며 대단한 것을 하기보다는 웃기고 정감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 말로는 '빙구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클래식카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등 여러모로 남들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히피스도 그런 그의 행보만큼이나 독보적인 공간처럼 느껴진다. 과연 이런 장소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압구정시골쥐 형'을 만나 직접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
Q. '카레이지 히피스'라는 이름의 의미는?
문예철 대표 : 예전부터 '히피(hippie)'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탈중앙화', '자연과 벗해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표현인데, 거기에 대한 로망이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주변의 모임을 '히피'라고 불렀고, 그러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이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 가지고 있던 공간을 열었고, 히피'들'이라는 뜻에서 아포스트로피 에스('s)를 붙여 히피스라고 붙였다.
그런데 막상 이 이름을 사용하려고 보니 이미 히피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분이 계셨다. 그분과 상표권 관련해서 마찰이 좀 있었다. 그래서 그 앞에 카레이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었고, 지금의 '카레이지 히피스'가 됐다.
Q. 이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문예철 대표 :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무릎 종양으로 수술을 받을 당시부터 공상과학 영화를 보고, 자동차나 전투기를 모는 상상을 곧잘 했다. 기계적인 장치를 좋아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게 자동차였던 것 같다.
20대 때는 사업을 통해 돈을 크게 벌어서 사고 싶었던 람보르기니 슈퍼카를 손에 넣었다. 근데 그때 당시에는 철이 없다 보니까 붕붕거리면서 시내 돌아다니고 클럽 다니면서 놀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자동차를 사랑하고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다니면서 남들한테 자랑만 하고 같은 경험을 시켜주지 않는데, 이것이 과연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면서 나 스스로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때부터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경험시켜주기 위한 목적으로 슈퍼카와 클래식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걸 누구나가 다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 공간은 원래 수집한 자동차나 바이크를 보관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근에 사는 주민이나 학생들이 기웃거리면서 사진도 찍고 하더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휴식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겸사겸사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찾다 보니 카페로 탈바꿈하게 됐다.
Q. 자동차와 복합문화공간을 묶는 시도는 전부터 있었다. 카레이지 히피스만이 갖는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문예철 대표 : 질문하신 대로 최근에는 정말 많은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이런 분위기를 만든 장소가 바로 이곳(히피스)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뒤로 히피스의 영향을 받고 수많은 복합문화공간들이 생겨났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거의 90% 이상이 다시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자동차 카페라는 게 단독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좀 까다롭다. 그래서 다들 오래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다.
가장 차별화된 매력이라고 하면 역시 히피스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전시되어 있는 차를 직접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과거에 이런 공간이 없었을 때도 슈퍼카나 클래식카를 직접 몰고 나가면서 도산대로에서 지나가는 차 찍는 일명 '카 스팟팅'하는 친구들에게 "사진만 찍지 말고 이리 와서 직접 앉아보고 만져봐라"라고 많이 해 줬다. 그때의 경험이 이곳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지금도 히피스 말고도 독보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피치스 도원(Peaches D8NE)이다. 대단한 분들이 모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늘 멋지다고 생각한다.
Q. 이미 소유하신 차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이 차들을 전부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구입은 어떻게 하며, 나름대로의 관리 요령이나 노하우가 따로 있는지?
문예철 대표 : 나는 다른 자동차 박물관과 다르게 벽이 없는 공간을 꿈꾼다. 그래서 모든 차는 항상 열려있고, 사진 찍을 수 있고, 타서 만져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슈퍼카나 클래식카들이 다른 사람들 손에 들어가면 평생을 차고에서 지내야 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원치 않기 때문에 수입의 대부분을 차를 내 소유로 만드는 데 쓴다.
한국에서 클래식카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어떤 차를 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구매 계획을 세우고 소유자에게 찾아가 얼마에 사겠다고 제시한다. 어디가 문제 있든, 어디가 박살 나있든 상관 안 한다. 어차피 내가 고치면 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가져와서 고치고 전시하는 거다.
관리는 별거 없다. 사실 계속 들여다보는 수밖에는 없다. 운행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차를 같은 상태로 계속 놔두다 보면 어딘가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비가 한동안 많이 와서 창문을 계속 닫아놓고 있으면 반대로 실내에 곰팡이가 피는 식이다. 그런 부분들을 계속 살펴보면서 닦고 조이고 아껴줘야 하는 것 같다.
한 시라도 관리하는 것을 게을리할 수 없기에 현재는 히피스 2층에 거처를 마련하고 지내고 있다. 또 2호점과 오픈을 앞두고 있는 3호점 역시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Q. 오픈을 앞두고 있는 3호점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문예철 대표 : 우선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될 예정이다. 최근 아웃도어 규모가 크게 늘면서 바이크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바이커들을 위한 카페도 다수 생겨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동차 말고 바이크도 좋아하니까 이쪽 사람들을 위한 장소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생겨났다. 그래서 전국 바이크 동호회들의 만남의 장을 전제로 1,000평짜리 초대형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단순 모임 공간이 아닌 바이크 전용 무료 무인 세차장도 만들 예정이고, 라이더들을 위한 샤워장도 무료로 다 오픈해 줄 생각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비행기와 헬기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무료 카트 서킷도 지을 계획이다. 아무쪼록 많은 기대를 해 줬으면 좋겠다.
Q. 매장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는지?
문예철 대표 : 히피스를 자주 방문하며 주차된 차를 이것저것 경험하던 스무 살 친구가 있었다. 군대를 빨리 다녀와서 오래간만에 매장에서 만났는데 꼴이 많이 아니더라. 걱정이 되어서 "뭐 먹고 살 거냐. 카페 와서 돈 쓸 거면 차라리 여기서 커피 배우고 개인 카페 차려서 나가는 거 어떻겠냐"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그 친구가 완고하게 "아니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마케팅 일하면서 돈 벌고 싶다. 그래서 좋은 차 사서 시골쥐 형이 이렇게 해줬던 것처럼 나도 슈퍼카 사서 사람들에게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2~3년간 계속하더라.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 하고 싶은 일로 크게 성공해서 얼마 전에 맥라렌 720S를 샀더라. 매년마다 대전 지역에서 수집한 차들로 모터쇼를 여는데, 지난해 모터쇼 때는 이 친구가 자기 차를 같이 전시해달라고 보내줬다. 거기서 마음이 되게 뿌듯했다.
슈퍼카를 겉에서만 보면 부러움의 대상임과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부러움의 대상이 바라보는 사람에게 눈높이를 맞춰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시켜준다면 그 시기가 동경으로 바뀌는 게 한순간이더라. "나는 죽어도 못 할 거야"가 아닌 "죽어도 꼭 한다"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건 덤이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그런 동기부여를 줄 수 있어서 항상 좋다고 생각한다.
Q. 히피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문예철 대표 : 사실 히피스나 유튜브 활동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내가 꿈꾸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역을 불문하고 올바른 자동차 문화가 꽃피는 것에 있다. 히피스는 이를 위한 발판일 뿐이고, 유튜브 역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
유튜브 얘기를 먼저 하자면, 채널 초기에는 자극적인 영상, 시청자들이 많이 볼 법한 영상을 올려서 빠르게 구독자 수를 끌어올렸다. 그다음에는 조회수랑 별도로 해보고 싶었던 클래식카 문화, 로우라이더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조회수는 바닥을 쳤지만 구독자와 조회수를 빠르게 올릴 때보다 더 만족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걸 한 번 느끼고 나니 유튜브는 올바른 문화를 알리기 위한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게 느껴지더라.
히피스라는 공간은 오히려 나중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야 하는 공간이다. 왜냐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여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집하는 차가 100대 정도가 되면 대전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털어서 자동차 박물관을 크게 하나 세우고 싶다. 그래서 전시하는 모든 차들을 만져보고 직접 타볼 수 있는 전 세계 최초의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목표고 마지막 꿈이다.
모든 꿈이 이뤄지고 나면 그때는 모든 시설을 대전시에 전부 기증하고 업계에서 빠지려고 한다. 이후에는 시골에서 할리 바이크나 타면서 유유자적하고 싶다(웃음).
Q. 대표님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복합문화공간은 어떤 곳인가?
문예철 대표 : 별거 없다. 언제가 됐든, 누가 됐든, 어디서 왔든 상관없이 다 같이 모여서 즐기는 곳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자유롭게'다. 눈치 볼 필요 없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 보게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 매장에서도 직원들은 밖에 안 세워놓는다. 혹시나 나와있는 직원이 있다면 강제로라도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차가 고장 나도 그때 가서 살펴보는 거지 먼저 제지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유튜브 '압구정시골쥐'
※ 본 인터뷰에는 문예철 님의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으며, 오토트리뷴의 방향성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ch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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