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앞으로도 계속해서 얌체공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품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배우 조정석이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파격적인 '여장'으로 또 한 번 튀어 올랐다. 1인 2역으로 분한 영화 '파일럿'으로 또 한 번의 '여름 흥행'을 노린다.
조정석을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파일럿' 관련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조정석은 "오랜만에 극장 영화를 보여드릴 생각에 많이 떨린다. 시사회 전날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라며 "시사회 이후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가 많아 마음이 놓였다. 저 또한 재미있게 봤다. 옆에 있는 분이 웃을 때 기분이 좋더라. 맨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코미디 장면이 결과물로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고 밝혔다.
조정석은 5년 전 여름 개봉한 영화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파일럿'은 '엑시트'와 개봉날짜가 같다.
이에 대해 조정석은 "그래서 부담감이 엄청 크다"라며 "더군다나 부담감을 안 가질 수 없는 위치 아닌가. 잘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특히 많은 관객이 조정석표 코미디에 큰 기대를 한다. 이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는 "사실 저는 웃긴 사람이 아니다. 평소에 말도 느리다. 지인들이 '빨리 얘기해 힘들어 죽겠어'라며 타박할 때가 많다"라며 "늘 동료들과의 합으로 극대화된 코미디를 만들 수 있었다. 저 혼자가 아니라 항상 동료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이미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여장'을 선보인 적이 있다. '헤드윅'을 본 관객이라면 조정석의 '여장'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차이점은 있다. '헤드윅'이 강렬했다면 '파일럿'은 평범하다. 현실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헤어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힘을 뺐다. 진짜 여자처럼 보이는 것에 초점을 뒀다.
이와 관련해 조정석은 "'한정우'가 '한정미'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라며 "저는 일상에서도 역할극을 자주 한다. 어제만 해도 나는 곰돌이가 되고 딸이 토끼가 됐다. '한정미'는 그렇게 접근해서 구현된 연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석은 "'한정우'가 오죽했으면 여장까지 했을까.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할까는 보는 분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여지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정석이 아니라면 누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여장'을 거북하지 않게, 이질감 없이 해냈다.
조정석은 "인물의 감정에 잘 이입해서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면 관객들이 징그럽지 않게 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라며 "목소리 톤도 과장되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 목소리에서 높은 음역대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진정성 있게 '여장' 연기를 펼쳤지만 '현타'도 왔다. 그는 "'헤드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여장하는 것이 많이 힘들진 않았다"라며 "하지만 촬영할 때 현타가 온 순간이 많았다. 특히 '한정미'가 광고, 화보 촬영 등을 할 때 제일 심했다"라며 웃었다.
또 조정석은 "수염이 올라왔을 때도 현타가 왔다. 그때가 새벽 2시였다. 일반적으로 수염이 올라오면 밀고 갈 텐데 감독님은 그걸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더라"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조정석은 "팔, 다리에 약간의 CG가 사용됐다. 특히 손은 도저히 그냥 못 내보내겠더라. 누가 봐도 두껍다"라며 직접 펼쳐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구두는 맞췄다. 굽이 보통 구두보다 조금 두껍다"고 귀띔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한선화와 이주명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선화는 극 중 오빠 '한정우'(조정석)의 파격 변신을 돕는 친동생으로 분했으며 이주명은 '한정미'(조정석)의 든든한 직장 동료 파일럿 '윤슬기'로 열연했다.
조정석은 "한선화는 '술꾼 도시 여자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만나서 연기 해보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 에너지가 대단했다. 너무 좋아서 '왜 이제야 만났나'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이주명은 '슬기로운 의사 생활' 때 정경호 헤어진 여자친구로 잠깐 나왔었다. 당시에 굉장히 인상 깊었다. 경호한테 전화해서 '그 배우 어때?'라고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눈여겨본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아니나 달라. 역시나 였다"고 칭찬했다.
아내 거미와 딸 예원이 이야기도 꺼냈다. '여장'과 관련 아내 거미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촬영을 시작하고 나면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안 한다. 다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가 재미있게 읽으면 한 번 읽어봐 달라고 한다. 그럴 때만 체크해 주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조정석은 이번 영화에서 어린 아들을 둔 아빠로 분한다. 그는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1 때는 아이가 없었다. 시즌2 때 태어났다. 시즌 1과 시즌 2를 촬영할 때 많이 달랐다.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 하고 나니까 거기서 나오는 감정, 생각이 베이스에 깔려서 나오는 연기가 있더라"라며 "'파일럿'을 촬영할 때도 그런 감정을 충분히 느꼈다. (극 중) 아들과 연기할 때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정석은 "나도 당연히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일까. 그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놀아주려고 한다"고 했다.
조정석은 무대와 안방 스크린을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했다. 얌체 공처럼 통통 튀는 작품에서도 '완급' 조절을 잘해가며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맡은 인물에 동화돼 최선을 다한다면 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무엇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느냐'고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면, 창의적인 생각을 쏟아내고 상상력을 발휘한 이야기보따리를 꺼냈을 때 그것을 반색하고, 재미있게 봐 주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파일럿'은 31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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