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가나아트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의 소박한 삶과 풍경을 담백하게 표현한 이상국(1947-2014)의 10주기 기념전 ‘그림은 자유’를 오는 8월 4일까지 Space 97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이후 가나아트에서 1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이상국의 작고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상국을 추모하고 그의 작업 세계를 되돌아보는 본 전시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자화상을 포함한 전 생애의 대표작을 시기별로 소개하며 2014년 3월 5일 세상을 떠난 작가가 작고 일주일 전에 완성한 미공개 유작 포함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독자적인 양식으로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벗어난 그림을 그렸다. 생전에 그는 “나는 자유롭기 위해 그린다. 그림 그 자체는 자유다. (중략) 현실로 돌아가 오늘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가장 가까운 삶의 부분들을 그리고 싶었다. (중략) 인습, 자유, 허재비, 공장지대, 판잣집, 산동네 그 사람, 겨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러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한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고, 거기에 온통 벌거숭이를 보여주고 싶다.”(1981. 계간미술 ‘작가노트’ 중)라고 밝힌 적이 있다.
‘오늘의 나’를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그의 그림에는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초기 작업에는 중학교 미술교사로 일하면서 느꼈던 암울한 사회 현실의 풍경이 반영돼 있다. 자화상과 어머니, 맹인 부부가수, 산동네, 공장지대 등 주변의 인물과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완성한 ‘무제’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네 점이 연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작가가 자연을 해체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행위가 진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유족에 따르면 원래 작가는 이 작품을 완성한 뒤 바로 서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림에 서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아 서명을 배경색으로 덮고 액자를 한 후 액자에 서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액자가 완성된 이후 사인을 미처 하지 못한 채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회화와 함께 1970∼1980년대 만든 목판화 원본들도 함께 소개된다. 작가는 현장을 스케치한 뒤 목판에 칼로 떠보고 유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인물 목판화 중 1985년작 ‘자화상’은 작가가 생전 명함으로 사용했던 이미지이기도 하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