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최현진 기자] 현대자동차 포터 2가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포터의 가장 큰 경쟁 모델은 바로 같은 집안에 속해있는 기아 봉고다. 경쟁 모델이라는 입장이 무색하게 두 차 사이에는 "외관만 다르고 속은 완전히 같은 차"라는 인식이 단단히 박혀있다.
하지만 실제로 두 차를 타본 입장에서는 어떨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두 차가 껍데기만 다른 차라는 주장에 다소 의문을 가진다. 충북 충주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정주진 님을 찾아 봉고와 포터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서는 본인의 일 가운데 이 차들이 어떤 의미로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Q. 1톤 트럭을 타고 다니게 된 사연은?
정주진 님 :원래는 건축, 토목업을 했었다. 현장을 다니면서 짐도 실어야 하고 사람도 태워야 하다 보니 트럭이 필요해 봉고 프론티어를 타고 다녔다. 복숭아 농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봉고3 4WD 더블캡을 구매했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현대 포터로 차를 바꿔 현재까지 운행하고 있다.
가장 오래 탔던 건 봉고 3 더블캡이었다. 뒷좌석까지 있는 더블캡 특성상 나름대로 다니면서 농사뿐 아니라 레저용으로도 쓰기 좋았다. 낚시할 때도 그렇고 여행이나 캠핑 갈 때도 좋다. 포터나 봉고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여러모로 만능이라고 생각한다.
Q. 봉고에서 포터로 갈아탄 계기는? 느껴지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정주진 님 : 아무래도 품질이나 AS 관련된 부분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전에 봉고에서 겪었던 하부 부식 문제도 포터에서는 없었고,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현대차 쪽의 서비스가 훨씬 만족스러웠다.
이전에 탔던 봉고 3 4WD 대비 포터 쪽의 승차감이 좀 더 좋다고 느끼기도 했다. 봉고는 특유의 통통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죽 그랬으면 집사람도 별명을 '통통이'라고 지었을 정도다. 그런데 포터는 시골에서 천천히 타면 고급 승용차 못지않다(웃음). 나중에 들어보니 봉고보다 포터의 승차감이 원래 더 좋다더라. 봉고나 포터나 생긴 것만 차이 나고 속은 같은 차라는 인식이 있다는데, 알고 보면 두 차가 이렇게나 다르다.
Q. 복숭아 농사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
정주진 님 : 농사는 97년도부터 시작했다. 그전에는 앞서 이야기했듯 건축업도 했었고 집사람과 함께 금은방, 핸드백, 액세서리 판매도 했다. 그런데 IMF 이후 이 모든 게 다 잘 안 풀려서 결국 접고 말았다. 이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삼 형제한테 가지고 있던 땅을 나눠주셨는데, 둘째인 나한테는 복숭아 농장이 주어졌다.
상황은 계속 쉽지 않았지만 키워야 할 자녀도 있었기에 농사일만큼은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농사가 잘 된 덕분에 아들 하나와 딸 하나 모두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부담을 덜어내고 편하게 하는 중이지만, 이렇게 될 수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던 건 집사람, 그다음으로 1톤 트럭이다.
물론 그때 당시 갖고 있던 차는 봉고였지만, 포터 역시도 많은 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차라고 생각한다.
Q. 복숭아 농사 용도로 쓸 때 포터만의 좋은 점은?
정주진 님 : 복숭아는 매일 조금씩 딴다. 6월부터 수확철이라 한 번에 나무 한두 줄씩 열매를 딴다. 한 품종이 따는 시기가 짧아서 여러 품종을 재배한다. 이쪽 한두 줄 수확이 끝날 때쯤 다른 품종 복숭아 열매가 열린다. 7월 1~2주까지는 여기서 매일 따고 이후에는 다른 쪽 밭으로 가서 8월 말까지 또 재배를 한다. 집에서 밭이 그리 멀지는 않지만 짧은 거리라도 많은 양의 복숭아를 자주 실어서 날라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는 역시 포터만 한 차가 없는 것 같다.
봉고 대비 포터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도 마음에 든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서 충격을 받으면 쉽게 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재배해서 싣고 갈 때 봉고의 통통거리는 느낌보다는 포터가 가진 성격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이외에도 여러 작업을 위해 제초기나 SS기(동력분무기)를 싣고 다닐 때도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가장 오래 탔던 봉고 3 더블캡은 사륜이다 보니 차고가 높아 짐을 싣거나 타고 내릴 때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이전과 다르게 농로도 잘 닦여서 포터로 바꿨을 때는 굳이 사륜구동을 고를 필요를 못 느껴 기본형 후륜구동으로 출고했다. 그러다 보니 사륜 대비 낮아진 적재함 높이에도 이점을 얻었다. 장비를 내리거나 복숭아를 싣기에도 수월해졌다.
Q. 농사 이외에도 포터를 유용하게 쓰는 사례가 있는지?
정주진 님 : 개인적으로는 농사 외에 바깥일로 토목공사를 함께 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포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인부들도 태우고, 적재함에는 작업 장비를 싣고 다닐 때가 많다.
지금 하는 작업은 도로 확장인데, 길면 수 km까지도 한 번에 작업해야 한다. 하다못해 수백 미터 정도만 해도 그냥 걷기에는 짧지 않은 거리인데 소형 롤러 등의 장비나 거푸집 같은 도구, 철근 등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도로를 포장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이런 때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차가 바로 포터다. 빠르고 쾌적하고 무엇보다 안전하다.
Q. 신형 포터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금보다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은?
정주진 님 : 지금 타고 있는 차는 디젤이다 보니 요소수를 제외하면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새 트럭으로 바꿔야 할 때가 조금 걱정이다. 신형 포터는 LPG와 전기차로 나오지 않나. LPG는 일단 충전소가 주유소 대비 적은 것이 문제다. 그렇게까지 멀리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주유소보다는 다녀오는 데 조금 더 번거로운 부분이 있다.
포터 일렉트릭의 경우에는 더 고민이 크다. 이 동네에 마땅한 충전기도 없고, 주행거리도 200km 내외에 불과하다 보니 디젤 대비 다방면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구매가 망설여진다. 신형 포터는 이런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으면 좋겠다.
또 앞서 승차감이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봉고와 비교해서지 절대적인 승차감이 요새 나오는 다른 상용차 대비 뛰어난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시골에서 포터를 몰게 되면 가족들을 태우고 장거리를 달리거나,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레저 등 다목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승용차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승차감이 개선됐으면 한다. 오래 타고 있을 때의 운전 피로도도 낮출 수 있으면 좋겠다.
※ 본 인터뷰에는 정주진 님의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으며, 오토트리뷴의 방향성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ch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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