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 축구에 치명적 오점 남긴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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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축구에 치명적 오점 남긴 대한축구협회

한스경제 2024-07-10 12:27: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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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대한민국 축구 사령탑 자리가 아무리 ‘독이 든 성배’라지만 이건 아니다. 홍명보(55) 한국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 선임 과정은 한국 축구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았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전력강화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자들을 검토해 진행했다”고 했지만 급작스럽게 전권을 위임받은 기술이사가 늦은 밤 11시에 후보자의 자택을 찾아가 읍소해 결정된 건 사실 촌극에 가까웠다. 축구협회가 얼마나 허술한 조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축구협회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 내부 법무팀 조언을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태도에 가깝다. 이번 일은 잘못된 선례로 남아 향후 감독 선임 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전력강화위가 제 구실 못하면 회장의 전권을 위임받은, 신분이 모호한 어떤 개인이 밤늦게 후보자를 찾아가 읍소하면 하루 이틀 만에도 대표팀 감독이 뽑힐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김판곤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이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부터 경기 모델뿐 아니라 훈련 과정까지 영상화, 수치화된 자료가 담긴 USB 자료로 프레젠이션 보고를 받은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8가지 선임 사유도 하나하나 뜯어볼 필요가 있다. 그 중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은 상황적 조건에 따른 것이고, ▲대표팀 지도 경험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등은 경력을 고려한 것이다.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감독으로서 성과 등도 의문을 자아낸다. 홍 감독은 전술적으로 특화된 감독이라기보단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 감독에 가깝다.

감독으로선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울산 HD의 K리그1 2연패 등 성과가 있었지만, 정작 A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1무 2패)이란 큰 실패를 겪었다. 사실상 자질, 성과에 대한 면밀한 판단보단 상황적 조건, 경력에 의존한 선임이었다. 8가지 이유 중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자질 요건은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정도다.

축구협회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홍 감독 선임의 정당성을 피력했지만, 이번 선례가 미래 한국 축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진 심히 우려된다.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절차는 무시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대회에서 부진하면 ‘선임 과정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다시 돌고 돌 것이다.

한국 축구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축구협회는 정작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자기 객관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조직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니 개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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