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동민 기자]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아 EV9이 미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판매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6월은 물론 상반기 판매량에서도 동생인 EV6를 위협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외면받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올해의 차’를 여러 차례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활발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기아는 미국 법인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판매량은 38만 6,460대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리오(프라이드)와 K5 판매량이 각각 86.5%, 58.5% 감소했고, 북미 시장 베스트셀러였던 쏘울 역시 18.1%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EV6(+31.4%), 카니발(+18.3%), 스포티지(+11.1%) 등이 선전하며 감소 폭을 줄였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차종이 바로 EV9이다. EV9은 5월 2,187대에 이어 6월에도 1,905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은 9,671대였다. 그보다 작은 EV6가 6월 판매량 2,171대, 상반기 판매량 1만 941대로, EV9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EV9은 지난해 4분기 북미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상품성을 인정받아 각종 상을 휩쓸었다. 미국에서는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을 수상했고, 각종 자동차 매체에서도 전기차 또는 SUV에서 1위에 올랐다. 또한 영국과 덴마크 등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2024년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런 유명세가 판매 호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 시장과 달리 국내 판매는 저조하다. EV9 한국 판매량은 6월 113대에 그쳤고, 상반기 전체는 1,225대에 불과했다. 미국 대비 6월 판매량은 16.9배 차이이며, 상반기로 봐도 7.9배가 벌어진다. 국내 소비자에 맞춰 가족 중심 대형 SUV로 내놨지만, 보조금 전액 지원 기준에서 벗어나는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가족형 SUV에서도 고성능을 원하는 일부 소비자들을 위해 기아는 EV9 GT를 준비 중이다. 지난 4월에 진행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송호성 대표이사는 직접 “EV9 GT를 내년 1월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EV6 GT처럼 최고출력 600마력 이상을 뿜어내는 듀얼 모터를 장착하고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을 강화해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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