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대한 동의가 100만명을 넘어서자 정치권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민심의 엄중함을 고려해 법사위 청문회 절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누가 봐도 탄핵사유가 없다면서 '개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주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만일 실제로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청문회가 열린다면 모든 정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 지난 주 "신중" → "필요하다면 청문회 실시할 것"
국회 국민동의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은 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10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은 지난 20일 등록됐고 23일 동의 요건인 5만명을 넘어 다음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달 27일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 공개되면서 동의자 수가 급증했다.
청원 동의가 100만을 넘어서자 민주당 내부 기류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지난 주만 해도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이제 '대통령 탄핵 청문회'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현행 규정은 게시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청원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되고, 심사 결과 청원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이를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
청원소위 위원장을 맡은 김용민 의원과 정청래 위원장은 "절차대로 청원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본회의까지 통과한 청원은 정부로 이송되며, 정부에서는 해당 청원에 대한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100만 국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법제사법위원회의 청원심사소위와 전체 회의를 통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히 심사하겠다"며 "법사위 청원 심사 과정에서 청원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청문회 등의 절차 역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이 아닌 법사위 차원에서 절차에 따라 청문회가 추진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당이 주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원내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하는 것이지 당 차원에서 특별한 대응을 하진 않는다"며 "국회법에 따라 청원 심사를 하고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가짜 보수세력 종말 그려져" 김부겸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
당 지도부와 소속 인사들의 목소리는 강도가 더 높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가짜 보수세력의 종말이 그려진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은 급증하는 탄핵 청원 동의에 대해 명백히 위법한 상황이 있지 않는 한 탄핵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참 한가한 소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결과를 받아 들고서도 정신 못 차리더니 국민 탄핵청원 동참 물결을 보고서도 아직 정신 차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탄핵 청원 동의 100만 돌파로 표출된 국민 분노를 읽지 못하고 계속 외면하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에 의해 퇴출당할 게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김성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탄핵소추를 위해서라면 굳이 특검 수사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자행해 온 헌법 유린을 지적하는 것으로도 사유가 충분하고 넘쳐 보인다"며 "민심을 저버린 권력에게 어떤 결말을 마련해줘야 하는지 세상 그 어떤 나라보다 대한민국 민주시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도 접속자 수가 폭주한 국회 국민청원 사이트 상황을 공유하며 "총선 민심은 윤석열 심판, 즉 탄핵이었다"며 "윤석열 탄핵 열차는 민심의 큰 바다에서 이미 출발했다. 민주당이 답할 때"라고 가세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탄핵 청원 동의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에 대해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강력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며 "윤 대통령이 민심을 받들지 않고, 불통의 정치 스타일을 고집하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단체인 '촛불행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촛불행동은 회견문에서 "100만 이상의 탄핵 청원은 단지 압박용이 아닌, 실제로 탄핵을 추진하고 집행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촛불 대행진이 예정된 7월 20일을 '탄핵 청원자 대회'로 준비하겠다. 1천만 청원, 100만 촛불로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자"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명백한 위법 없이 불가능" 국힘 "탄핵 사유 없어.. 공허한 정치공세"
나경원 "개딸이 주도…역풍 불 것" 권성동 "탄핵 남발, 민주당 지병.. 헌정질서 병들게 해"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청원 동의수가 100만을 넘긴 것에 대한 의미를 크게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2일 "명백한 위법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탄핵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다만) 국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정치적으로 계속 탄핵을 언급하면서 국정이 잘 진행될 수 없게 하는 상황이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3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탄핵 사유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며 "국민 청원을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3일 대통령 탄핵 청원을 개딸이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이날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 명을 넘은 것과 관련해 "청원을 보니 개딸들이 하고 있다. 민주당은 개딸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의 뿌리를 흔들어 보겠다는 것인데 분명 민심의 역풍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히려 윤 대통령을 도와주게 될 것이고, 국민의 상식은 이재명 대표를 탄핵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일 "민주당은 탄핵 청원이 100만 명을 넘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나"라며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오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청문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 사이트에 동의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이유"라며 "해당 게시판에 올린 글이 언급한 탄핵 사유는 하나같이 법률적으로 미비한 것뿐이다. 오히려 상당수는 민주당의 선동 구호와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100만 명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탄핵청문회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난 2020년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 게시글이 무려 146만 9023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은 100만이 훌쩍 넘었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청문회를 추진했나"라며 "모순된 민주당의 작태야말로 극단적 진영 정치에서 정쟁의 이익을 편취하려는 잔 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탄핵 남발이란 민주당의 지병과 같다. 이런 민주당의 지병이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3일도 길다" 개혁신당 "절차적 정당성 결여된 탄핵 반대"
제3당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자꾸 국민 입을 틀어막지 말고 본인 입을 닫고 귀를 열라"며 "국정난맥과 무능력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정 기조를 바꾸겠다고 답하라"고 요구했다.
조 대표는 "7년 전 박근혜 정권 탄핵 정국은 광장의 촛불로 시작됐다. 지금은 촛불집회 때보다 빠르게 온라인에 민심이 쌓여가는 형국"이라며 "3년도 석 달도 3일도 길다는 국민이 먼저 시작한 청원이다. 청원 대상자인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할지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3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비공개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혁신당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탄핵에 대해서는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여러 가지 준비 작업이라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저희는 흔들릴 생각이 없다"며 "국민들께서 생각하셨을 때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그리고 저희는 탄핵이 어떠한 결과를 냈었는지, 얼마나 정치를 후진화시켰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로서는 탄핵 청원이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청원 제기 이유를 보면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위법행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법사위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청문회를 실시할 경우 채상병 특검법, 검사 탄핵 등으로 인한 여야 대치가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법사위 심사를 최대한 미루면서 정부를 향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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