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크래프톤의 인기작 ‘PUBG: 배틀그라운드’와 걸그룹 뉴진스의 컬래버레이션에 유저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측 공지와 달리 수십만원을 써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는 데다 최근 불거진 성희롱 논란에 대해 운영진이 유저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자 ‘뉴진스럽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크래프톤을 향해 원성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뉴진스의 대규모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두 게임 이용자는 ‘배틀그라운드X뉴진스’ 테마의 인게임 콘텐츠와 아이템을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태이고 맵’을 뉴진스 협업 테마로 꾸미고 일부 건물을 뉴진스 노래가 재생되는 음반 가게로 꾸미기도 했다.
논란은 컬래버 아이템에서 발생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내 유료 아이템 상점에 ‘뉴진스 전리품팩’과 ‘뉴진스 최고급 꾸러미’를 출시하고 확률 정보를 게임 내부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최고급 꾸러미 확률 정보에는 ‘동일 상자에서 4번의 누적 시도 안에 세트 도안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 5회째 누적 도전 시 세트 도안을 100%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최고급 꾸러미를 5개 이상 구매하고도 세트 도안을 얻지 못한 이용자들이 발생하면서 불만이 폭증했다. 기존 크래프톤이 설명한 확률 정보는 일정 시도 횟수까지 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확정적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일종의 ‘천장 시스템’을 의미한다. 5회 도전 시 약 50만원이 소요되는데, 그 이후에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항의가 빗발치게 된 것이다.
크래프톤 운영진은 다른 아이템인 ‘전리품 상자’에 적용돼야 할 설명이 실수로 ‘최고급 꾸러미’에 기재됐다는 입장이다. 공식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뉴진스 최고급 꾸러미는 ‘불운 방지’ 대상이 아니나 인게임 내 일부 인터페이스에서 문구가 잘못 적용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공지한 뒤 인게임 UI(사용자인터페이스)를 수정했다.
여기에 ‘성희롱 논란’까지 겹치며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일부 배틀그라운드 유저들이 뉴진스 캐릭터를 사용해 부적절한 게시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게 시발점이 됐다. 배틀그라운드는 캐릭터의 옷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의 이 같은 행태에 뉴진스 팬덤과 배틀그라운드 유저들은 불편함을 내비치기에 이르렀다.
논란을 감지한 크래프톤은 바로 대응에 나섰다. 크래프톤은 입장문에서 “(부적절한 행동은) 양측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모든 팬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어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되는 게시물은 삭제하고 해당 유저는 커뮤니티 활동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저들의 비판은 이어졌다. 애초 사람을 총과 칼로 죽이는 선정성 게임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걸그룹과 컬래버를 진행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유저들은 의상 커스터마이징을 문제삼을 것이었다면 게임사와 소속사가 조율해서 사전에 방지했어야 하는데 유저들이 콘텐츠를 부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꼬집는다.
배틀그라운드 운영진이 유저들에게 ‘기싸움’을 건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뉴진스 컬래버 성희롱 논란 관련해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의상 착용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놓자 유저들은 배틀그라운드가 19세 미만 불가인 점을 언급하며 댓글을 이어갔다. 이러자 운영진은 이례적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연령 제한은 선정성 요소와 무관하다’고 답글을 남겼다.
유저들은 ‘뉴진스럽다’는 신조어로 응수하며 비판 기조롤 이어가고 있다. 배그 유저들은 ‘뉴진스럽다’를 정당한 가격을 지불했지만 상품 계약자 간 부주의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뉴진스의 협업이 잘못된 계약으로 유저들이 사전공지 없이 커스터마이징을 제한당한 것을 비판하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이용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이 표현은 온라인 지식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도 등록됐다. 사이트에서는 이 표현을 뉴진스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형용사처럼 사용된다고 부연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누구나 편집할 수 있어 현재 해당 표현에 대한 설명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이를 복원하며 삭제와 복원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크래프톤은 유저들의 빗발치는 환불 요구에 한동안 대응하지 않다가 27일 들어 환급안을 제시했다. 배틀그라운드 팀은 “판매된 상품에 사후 스펙 변경이 발생하게 된 점, 안내 이후 이용자들이 느끼셨을 오명과 피해를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이번 사안으로 피해와 상처를 받은 이용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표했다.
커뮤니티에 소식이 전해지자 “‘뉴진스럽다’는 고객 무시, 말 바꾸기, 무책임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아티스트, 게임사, 유저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는 컬래버”, “크래프톤이 컬래버로 얻은 건 상처뿐”, “과거 ‘창렬하다’는 돈값 못하는 퀄리티라는 1차원적 의미였지만 ‘뉴진스럽다’는 돈 주고 산 걸 판매자가 마음껏 바꿀 수 있다는 의미도 붙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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