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글러브를 내려놓고 방망이를 잡은 지 9타석 만에 홈런포를 가동한 장재영(22·키움 히어로즈)이 ‘타자 전향’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수로 프로야구 KBO리그에 입성한 뒤 타자로 돌아서 성공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이다. 경북고 시절 주목받는 왼손 투수였지만, 프로 입단 이후 타자로 전향해 ‘국민 타자’가 됐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2·은퇴)도 프로 입단은 투수로 했다. 이호준(48) LG 트윈스 코치도 마찬가지다. 현역 선수 중에는 연세대 시절 ‘특급 왼손 투수’로 이름을 날린 뒤 프로 입단 후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35·KIA 타이거즈)이 있다.
고교 시절 불같은 공을 던졌던 장재영도 촉망받는 투수였다. 지난 2021년 프로야구 역대 신인 선수 계약금 2위(9억 원)를 기록할 만큼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입단 후 고질적인 제구 문제로 고전했다. 결국 지난해까지 3시즌 통산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에 그쳤다.
올해는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장재영은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지난달에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손상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장재영은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아예 다른 길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운드 대신 타석에 서기로 했다.
프로 무대에서 타자 전향은 사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다. 장재영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입술을 더 꽉 깨물었다. 고교 시절 타자로서도 빼어나게 잘했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 결과 그는 퓨처스(2군) 리그 19경기에서 타율 0.232, 홈런 5개를 터뜨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0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치른 1군 타자 데뷔전에서는 2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 활약을 펼쳤다.
장재영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짜릿한 데뷔 첫 홈런 맛을 봤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3회말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35)의 높은 컷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타구 속도 시속 178km, 비거리 125m짜리 아치를 그렸다. 타자로 1군에 데뷔한 지 3경기이자 9타석 만에 쏘아 올린 홈런이다.
비록 팀은 1-6으로 패했으나, 장재영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 됐다. 프로 데뷔 첫 홈런이라는 의미 있는 기념구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장재영의 홈런 타구는 외야 구조물을 받고 다시 그라운드에 떨어졌는데 롯데 좌익수 빅터 레이예스(30)가 그 공을 잡아 관중석에 던져줬다. 다행히 공을 잡았던 롯데 팬이 키움 구단을 통해서 돌려주면서 장재영은 프로 데뷔 첫 홈런 기념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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