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투어리즘(위험한 장소에 가거나 위험한 활동을 하는 여행)에는 위험성과 비용, 환경 등과 관련된 우려가 뒤따른다. 하지만 위험이 잠재된 이 여행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끌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년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벌어졌다.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소형 잠수함 ‘타이탄’이 북대서양의 외딴 심해에서 타이타닉 잔해를 찾아 내려가던 중 해상에 있던 모선과 연락이 끊겼다. 잠수함에는 96시간 분량의 산소만 남아 있던 터라, 구조 작전은 긴박했다.
며칠 후 당국은 부실 설계된 잠수함이 해저 3800m에 도달했을 무렵 “치명적인 내부 파열”을 겪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으로 2명의 승무원과 여행 비용으로 각각 25만 달러를 낸 승객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타이탄의 비참한 운명을 지켜본 사람들은 익스트림 투어리즘을 재고하게 됐을까? 어쩌면 지난달 말에 나온 ‘타이타닉 유적지를 둘러보는 잠수함 여행을 재도전 하겠다’는 한 부동산 재벌의 발표가 그 답이 될지도 모른다.
이 소식에 9일 앞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했고 2022년 로켓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우주 기술 기업 ‘블루 오리진’이 유인 우주비행선을 발사했다. 이 우주선에 탑승한 승객 6명은 9분 53초간 진행되는 준궤도비행(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으로 볼 수 있는 고도 100km 정도까지 올라가, 몇 분간의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것)에 각각 125만 달러씩 지불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위험성과 비용,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지구의 끝 또는 그 너머로 모험을 하는 익스트림 투어리즘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멜빈 S 마쉬는 지난 3월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익스트림 투어리즘의 윤리적, 의학적 딜레마’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익스트림 투어리즘은 고비용과 높은 위험성, 안전 문제 등 다양한 우려사항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계를 뛰어넘는 여행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부 위험한 활동에 대해서는 윤리적, 법적 고려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상황이 쉽게 달라지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망자가 나와도 아무도 놀라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죠.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로켓 발사가 커다란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간 로켓 발사 횟수는 2019년 이후 2배 이상 늘었다. 억만장자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이 상업용 로켓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계속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여행 개척을 지지하는 이들은 민간 우주 여행 경쟁이 항공 여행의 진화와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고 말한다. 비행기는 처음에 무모한 모험가들이 탔다.
부유층이 그 뒤를 이었고, 결국 항공 업계는 대용량 점보 제트기를 만들었다. 이후 항공 여행은 저렴해져 보편화됐다. 지금은 가장 안전한 형태의 교통 수단으로 간주될 정도다.
종교 순례와 우주 관광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디아나 웨이벨에 따르면, 바다를 항해하거나 우주로 왕복하는 등 먼 곳을 탐험하고 싶은 충동은 인간의 내재 성향 중 일부다.
일각에선 10분간의 우주 여행을 뻔뻔한 자랑이라고 치부하지만, 와이벨은 우주의 어둠 속에서 지구를 바라본 여행자는 ‘조망 효과’로 알려진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예가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환경 사진 중 하나로 미국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이달 말에 사망)가 1968년에 촬영한 ‘지구돋이(Earthrise)’다.
이 사진은 우주에서 인류의 위치에 대한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 우리 모두는 어둠의 바다에 떠 있는 작고 푸른 행성에 살고 있던 것이다.
웨이벨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순간,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우주 비행사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보게 되면) 우리가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에 있고, 우리 주변에 우주 전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일종의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눈부시게, 압도적인 현실로 만들어 줍니다... 지구가 얼마나 연약하고 주변의 모든 것이 인간이 살 수 없는 공간인지를 깨닫게 되는 겁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구의 문제로 돌아오면, 부유한 여행자가 위험을 감수한 부정적 대가는 모두의 몫으로 남는다.
타이탄 잠수함 구조 활동에 미국 정부는 수백만 달러를 썼다. 전 세계의 이목도 여기에 집중됐다. 반면 며칠 전 밀입국 이민자를 태운 어선이 지중해에서 침몰해 600명 이상이 사망했을 때, 그리스 해안 경비대는 별다른 도움을 제공하지 않았다. 언론의 편향된 관심을 지적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이 “터무니 없는” 수준의 불평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룬 업네자 보스턴 대학 호텔경영대학장은 익스트림 투어리즘의 잠재적 위험과 비용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여행을 제공하는 회사가 보험에 가입해, 위험과 잠재적 사고 수습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색 및 구조 보험은 어떤 식으로든 의무화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가 부담을 떠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쉬와 마찬가지로 업네자는 위험성을 강조해도 익스트림 투어리즘이 그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그는 그는 타이탄 승객들이 서명한 각서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첫 페이지에 세 차례나 등장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가격 또한 장기적인 걸림돌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네자는 “비용이 내려가면 더 많은 계층이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입니다.”
다만 작년에 나온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위험성을 내포한 여행의 위험 요소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탄 사고의 희생자 두 명은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 회원이었다. 이 단체는 북극 탐험가들이 과학적 발견과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1904년에 설립한 국제 단체다. 타이탄 사고 이후 회원들은 신속 대응팀을 만들어, 위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구조 및 복구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 대응팀은 남미의 외딴 산악 지역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을 구조하는 등 다양한 구조 임무를 지원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의사이자 BBC 텔레비전 진행자로 그리스의 하이킹 트랙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마이클 모슬리의 수색을 지원하기도 했다.
익스플로러스 클럽 노르웨이 지회장이자 구조 대응팀 대표인 시노베 스트롬스보그는 “이것은 타이탄이 남긴 유산의 일부”라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이를 전체 네트워크에 알립니다. 이 사람들은 네트워크와 인맥,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붓습니다.”
스트롬스보그는 안전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이탄 잠수함 폭발과 같은 사고가 익스트림 투어리즘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것도 사람들의 탐험과 한계에 도전하려는 욕구를 막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인간은 항상 탐험을 해왔습니다. 그것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과학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민간 기업과 개인이 가진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 입장에 있는 이들은 의미 있는 여행 경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성층권을 날아오르거나 해저로 내려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프로머스’ 여행 가이드의 편집장인 폴린 프로머는 여행에 많은 돈을 쓴다고 해서 의미 있는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세상을 놀랍도록 다양하게 만드는 사람과 문화로부터 멀어지게 되어, 의미 있고 잠재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여행 경험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그 목적지에 도달하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삶으로부터 자신을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때로는 이러한 극단적인 모험이 자신을 고립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로머는 자신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있는 여행은 낯선 사람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이나 새벽녘 도시를 산책하는 것 등 극단적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때로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프로머는 대만을 방문했을 때 공원에서 어떤 스님을 만났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며 “인생과 스님의 삶, 수도원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그때를 생각합니다. 그냥 대화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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