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예술과 문화의 거리’ 서촌, 그 안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 있다. 옷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편집숍 ‘므스크샵’, 그리고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되는 NTL갤러리(이하 NTL)이 그 주인공.
NTL은 지난 15일까지 이지은 작가의 개인전 ‘Gently, Gently’를 열었고, 지난 18일부터는 장경린 작가의 개인전 ‘Kneading, Shaping, Icing’으로 관객을 맞고 있다. 갤러리 운영을 맡고 있는 김민정 대표는 최근 문화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컬렉터의 입장으로 작가님을 보고 있다. 제가 좋아하는,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찾고 있다”며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품이지 않나. 그림 감상을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대표가 NTL 문을 열게 된 배경도 ‘컬렉팅’에서 출발했다. 20여 년 전 해외여행 중 머문 타인의 집에 그림이 걸려있는 걸 보고 막연히 ‘참 좋다’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꾸준히 그림에 관심을 가졌고,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10년 전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다. 갤러리 카페에서 연을 맺은 작가가 NTL 첫 포문을 열면서 서촌 내 갤러리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된 셈이다.
“므스크샵이 자리를 잡으면서 원래 1층에는 저희가 소장하던 그림을 걸어두었어요. 평소에도 전시 보는 걸 좋아했는데, 2018년쯤 원화를 처음 구입해보니 그 느낌이 색다르더라고요. 원화를 두 번 구입한 뒤에는 갤러리를 해보자고 제안했죠. 남편도 므스크샵 이후의 챕터를 고민하던 와중이었거든요. NTL은 ‘Next Level’의 약자이기도 하고 MSK의 다음 알파벳이기도 한데요. 예전부터 그 이름을 생각하고 있길래 제가 그 이름을 써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절대 그만 두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웃음) 여러 가지로 좋아요.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며 갤러리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걸 배웠고, 또 젊은 작가님들께서 적극적으로 본인 소개도 해주셨고요.”
그림을 사랑해서 문을 연 NTL은 작가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올해 전시 일정은 꽉 찼다. 철거와 동시에 새 전시작을 설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숍인숍 형태인 만큼 벽을 비워두면 안 되는 상황이, 오히려 ‘적극적 개방’이라는 장점으로 승화됐다.
“운영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지금은 내년 전시를 위한 섭외를 진행 중인데요. 저희는 최소 4주, 길게는 5주 정도 전시를 하기로 했어요. 대형 갤러리 전시가 아닌 이상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은데, 그럼 가고 싶어도 일정을 빼기가 어려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작품들도 오랫동안 관객을 만날 수 있고요. 이것만큼은 NTL이 계속해서 지켜나가려고 하는 철칙이에요.”
갤러리 운영은 작가와 관객을 대하는 일이다. 므스크샵 내부 갤러리다 보니 의류, 잡화를 구매하러 온 고객 응대도 필수다. 김민정 대표는 현 상화을 “고정층을 쌓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전시를 보러 왔다가 옷을 보기도 하고, 또 옷을 사러 왔다가 그림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단다. 긍정적인 선순환이다. NTL이 작은 원화 작품을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민정 대표가 원화 구매의 기쁨을 느낀 만큼 손님들에게도 이러한 기쁨을 맛보게 해주기 위함이다.
“시너지가 있는 운영 방식인 것 같아요. 처음엔 사람을 대하는 데에 소극적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저도 괜찮아지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란 걸 깨달았어요. (웃음) 옷을 보시다가 작품에 관심을 보이시면 적극적으로 설명해드리기도 하고요. 므스크샵이 국내 로컬 브랜드 위주로 선보이다 보니 외국 손님들도 많이 오시는데요. 한국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다고 하니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최근엔 싱가포르에서 오신 분이 ‘이 작가를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전시를 한다길래 왔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굿즈도 사가시고요.”
그럼에도 고민이 적지 않다. 숍인숍 형태의 장점을 유지하되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음 단계를 계속해서 구상 중이다. 공간의 한계가 있다 보니 전시 형태를 확장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김민정 대표는 “선반이 있을 당시에는 도자기도 놓고, 나무 박스에 그린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제약이 좀 있다”며 “조형에도 관심이 많은 만큼 갤러리 공간만 또 따로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므스크샵의 안테나숍이 근처에 있어요. 메인 거리와 조금 더 가깝기도 하고, 유동인구도 많아서 두 군데서 전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곳도 좁긴 한데 작품이 더 돋보일 듯 합니다. 올 하반기 전시에 함께하시는 작가님들껜 ‘작품 더 준비하셔도 될 것 같다’고 귀띔도 해드렸어요.”
NTL의 성장이 기대되는 까닭이 김민정 대표의 답변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는 “그림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산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다. 식탁 옆에 작은 그림 하나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실제로 포스터를 모으시다 원화를 한번 구매하신 분이 전시가 끝나기 전 다시 들르셔서 또 원화를 구매하시기도 했다”며 “원화의 매력은 특별하다. 자기에게 꽂히는 무언가가 있지 않나. 그림이 주는 울림 같은 게 있는데, NTL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옷을 많이 입어본 사람이 옷을 잘 입듯이 전시를 많이 보시고 그림도 하나 구매해보시고, 그 타이밍을 찾으시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저희 갤러리를 소개할 때 ‘그림 보는 일상’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거든요. 그림은 어떻게 보면 거의 평생 소장하는 아이템이에요. 그래서 특별하죠. 제 목표는 1년에 1점 구매하는 건데, NTL이 원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피드백도 많이 들었고요. 원화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또 더 큰 미래에는 그림에서 한발 물러난, 은퇴하신 작가님들의 그림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그런 전시도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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