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 예상보다 늦게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수행 중이다.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는 이날 오전 2시 22분 평양 순안 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파악된다.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 예정이던 푸틴 대통령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하루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측 주요 간부들 없이 오전 2시가 넘은 늦은 시각 공항에서 ‘홀로’ 푸틴 대통령을 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이 제공한 영상 속에는 활주로에 깔린 레드카펫을 중심으로 빨간 장미 장식이 가득했다.
기존에 예상됐던 군중의 환호와 예포 발사 등 화려한 환영식은 부재했으나,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동지와 270여 일 만에 평양에서 또다시 만나게 된 기쁨과 반가움을 금치 못하면서 굳은 악수를 나누고 뜨겁게 포옹”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마중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정상은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최고급 리무진을 타고 숙소 금수산영빈관으로 이동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으로, 당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세 번째다. 앞서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북러 정상회담과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친선관계가 국제적 정의와 평화,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 건설을 추동하는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부상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금 평양은
북한 평양 시내 거리에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는 문구의 배너가 줄을 이었다.
러시아 관영 매체 리아 노보스티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를 포함해 “푸틴을 환영합니다”, “불패의 조로(북러) 친선단결 만세” 등의 표지물이 걸려 있다.
푸틴의 초상과 러시아 국기도 게양됐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러 정상이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들을 누비면서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풀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푸틴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여러 사진과 함께 보도하며, '승리와 영광으로 빛나는 불패의 조로친선', '조선인민의 가장 친근한 벗인 푸틴 동지를 최대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로 1면을 장식했다.
라디오 조선중앙방송도 푸틴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오전 7시부터 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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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국 관계를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 협정에 안보 문제도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1996년 폐기됐던 양국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과 가까운 수준의 협력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 포함됐으나,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며 몇 년 뒤 공식 폐기됐다.
양국의 자체 무역 및 결제 시스템을 통해 경제 협력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오후 방북 일정을 마치고 또 다른 사회주의 공산국가 베트남으로 향할 예정이다.
'북러는 양국 관계를 실험 중'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북러 간 밀착이 더욱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2년이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무기 제공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해서 끌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방북으로 국제사회는 양국 간 추가 무기 거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앞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로켓을 이전했다고 공개한 바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수십 발의 북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여전히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고갈된 러시아의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북한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며, 이에 대한 답례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장 군사 기술을 전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게 되면 외화를 획득하고 위성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안보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박사는 BBC에 북한이 “부분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순 있겠지만, 전부 다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북한이 진정한 동맹국이 될 수 없단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단거리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미국이 우려할 만한 무기 기술 정도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 운영자 마이클 매든 연구원 또한 “양국은 지난 몇 년간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들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고 거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이며 “이번 회담을 통해 북러 정상은 양국 관계가 향후 지속될 수 있는지 실험해보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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