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작품의 가치’를 순위 매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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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작품의 가치’를 순위 매길 수 있는가

문화매거진 2024-06-18 11:21:48 신고

▲ Henri de Toulouse-Lautrec(툴루즈 로트렉), Divan Japonais, 80.8x60.8cm, 1893
▲ Henri de Toulouse-Lautrec(툴루즈 로트렉), Divan Japonais, 80.8x60.8cm, 1893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풉! 이 그림이, 이 가격이라고?”… “야야. 이 그림 옆에 서봐. 사진 찍어 줄게. 5,000만 원이다.”

사람들은 늘 참 ‘쉽게’ 이야기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면 몇 가지만 묻자. 잘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 잘 못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

당신은, 어떤 그림이라면 돈을 지불할 것인가. 유명한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 그의 역사와 상관없이 돈을 지불할 것인가.

잘 그린 그림, 못 그린 그림의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다. 일종의 유행처럼 말이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에는 똑같이 그리는 것이 최고선(善)이었다. 요즘 우리가 증명사진 찍듯 화가는 대상자를 똑같이 그려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그리면 클레임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원래의 자신보다 더 괜찮아 보이게 그려주길 바랬다. 마치 요즘 우리가 사진에 필터를 씌우듯 말이다. 

그러다 1800년대에 탄생한 사진기는 1900년 초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벽한 사진기가 되었고, 더 이상 똑같은 초상화는 필요가 없어졌다. 화가들은 다들 자신의 직업이 없어질까 오들오들 떨었다. 

하지만 곧 그것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똑같이 그리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리는 화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러한 화가들이 이전의 화가들보다 더욱 인기가 많았다. 지금의 우리는 그 시절 그 화가들의 그림에 더욱 열광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들은 대부분 그 무렵의 화가라고 보면 되겠다. 수잔 발라동, 톨루즈 로트렉, 고흐, 고갱, 클림트,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에곤 쉴레, 뭉크 등 이름을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들의 그림은 전혀 사진과 같이 똑같지 않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상을 표현하였다. 사진이 등장하였기 때문에 똑같은 그림은 필요가 없어진 탓에 그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중요해진 것을 알고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 

보고 똑같이 그리는 것은 누구나 연습하면 가능하다. 미술학원에 몇 개월만 다녀도 “우와! 진짜 똑같다!”라는 탄사를 받을 정도의 그림은 누구나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사진과 완벽하게 똑같은 극사실주의까지의 도달은 별론으로 하고 말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피카소의 그림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피카소는 이미 10대 때 완벽한 똑같이 그리는 그림을 마스터하였다. 사람들은 그림 신동이 나타났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피카소는 똑같은 그림은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라고 한 그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아이 같은 천진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어떤 그림에 문외한인 자가 피카소에게, 그림을 대충 그리는 것 같은데 왜 그림 값이 비싸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이렇게 그리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에이, 이거 나도 그리겠다”라고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작가들은 많은 고민과 수고를 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지금도 작가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수많은 밤을 새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생의 굴곡을 겪어내고 있다. 그들의 그런 과정을 안다면 결과로 나온 작품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그림’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작품에 순위 매기는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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