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중
내가 내일 사라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소문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기차표를 꺼내 가로등 불빛에 비춰보았다
Von : 여기
Nach : 영원
-「기차표」 중
나는 왜 누구의 말은 괜찮은데
누구의 말에는 죽을 것 같은가
누구는 나를 만지면 안 되는데
누구는 나를 만져도 되는가
-「사랑」 중
편지 쓰다가 망쳤다고 그냥 버리지 마세요
그걸 주워다 모아서 매트리스로 쓰는 사람이 있다고요
절대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참 고약합니다
(…)
그러니 한 사람의 뒷모습에다
아무것도 적으려 하지 마세요
-「이면지 뭉치」 중
그래도 가려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이 세계는 듣고 싶은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뿐이라는 사실을 데리고요
(…)
이 끈끈함을 정신없이 핥고 있는 나의 편협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은 것일지도요
-「그네」 중
[정리=유청희 기자]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17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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