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C 완공 후 2021년 가동 들어가 매출 2배 성장
업황 악화와 이자 부담에 영업적자 이어지자 상환 먼저
[아시아타임즈=오승혁 기자] HD현대케미칼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HPC(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시설) 투자 목적으로 받은 대출 상환에 나선다.
HD현대케미칼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케미칼)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케미칼은 이날 산업은행 주관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집단대출)을 받았다. 대출 만기는 9년으로 2033년에 원금을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주관사인 산업은행 외에도 수출입은행(KEXIM), 하나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중국은행 등의 국내외 7개 은행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씩 나눠 대출을 집행했다.
일부 은행은 대출을 유동화하는 방법으로 시장에 매각(셀다운)했다. 주주사인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자금보충 약정 제공을 통해 대출을 지원한다. 현대케미칼이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 상환에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두 회사는 각각 현대케미칼 지분 60%와 40%를 출자해 보유하고 있다. 자금보충 약정도 6:4의 비율로 책임을 나눴다. 신용공여 최대 한도는 각각 9000억원과 6000억원 규모다.
현대케미칼이 독자적으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장기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리기에 주주사들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케미칼의 신용도는 A등급인데 현재 신용도로 9년 만기 대출을 빌리려면 10%에 육박하는 금리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모회사 지원 없이 충분한 금액의 대출을 받기 힘들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급으로 현대케미칼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다. 주주사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이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행보라고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조달한 자금으로 설비투자를 위해 받은 기존 대출 1조90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현대케미칼은 2019년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공단 20만평의 부지에 약 3조원을 투자해 HPC 공장 조성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 15곳으로부터 1조90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이번 신디케이트 대출로 기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면 시설투자로 빌린 차입금을 4000억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현대케미칼은 HPC를 완공한 뒤 2021년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태양광 패널 소재인 에틸렌초산비닐(EVA) 등을 생산 중이다. 생산 제품은 현대오일뱅크, 현대코스모, 롯데케미칼 등에 공급한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 주원료인 ‘납사(나프타)’보다 가격이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 정유공장 부산물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해 원가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에 HPC 가동 이후 매출은 2배 가량 증가했다. 매출은 HPC 가동 전 3조~4조원에서 최근 2개년 동안 평균 7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1000억원 내외에서 3000억원 내외 수준으로 늘어났다. 다만 업황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대규모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 부담으로 2년째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자 부담까지 겹쳐 영업현금흐름(OCF)이 감소해 늘어난 차입금 부담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純)차입금은 2020년 말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8000억원까지 증가해 올해 1분기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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