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만들어진 사진은 때론 단순히 기록하는 매체를 넘어, 역사를 보존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고 다양한 시대상에 대한 인식을 넓히며 개인의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진은 또 지극히 사적이고 회화적인 시선으로 풍경과 도시의 서사를 그려낸다. 올여름, 사진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제는 지체없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럴까 저럴까 머리를 굴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뜨거워져야 할 때가 되었다.
–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2023년, 인류는 산업화 이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를 맞이했다. 온난화 시대를 지나 지구가 펄펄 끓는 열대화 시대에 진입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2월, 네이처지는 이르면 2050년경에 아마존 열대우림 생태계의 복원이 불가능해진다고 발표했다. 이미 매해 한국 인구 40%에 달하는 이천만여 명이 기후 변화로 인해 강제 실향민, 즉 ‘기후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땅과 하늘을 넘나들며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환경을 주제로 앞세운 전시가 충무아트센터 내 재개관한 갤러리 신당에서 개최 중이다. 한국, 독일, 미국, 영국 출신의 사진가 5명이 전하는 “지구를 향한 고백”은 세계 기후 붕괴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매개로 환경 변화에 직면한 인류에게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닉 브랜트 - The Day May Break 1, Najin and People in Fog, Kenya, 2020, 맨디 바커 - What Lies Beneath, Penalty, Europe, 톰 헤겐 - Quarry Mine near Augsburg, Bavaria, Germany, 2016, 이대성 - Futuristic Archaeology, Mongolia, 2015, 잉마르 비욘 놀팅 - Eviction, Lützerath, Germany, 2023 (제공: CCCP(Climate Change Photo Project)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닉 브랜트(Nick Brandt)는 사이클론, 가뭄 등으로 일상이 산산이 부서져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동물을 담는 ‘The Day May Break’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기후 파괴에 가장 책임이 적은 나라에 속하는 짐바브웨, 케냐, 볼리비아, 피지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맨디 바커(Mandy Barker)는 지구 표면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에 표류하는 플라스틱 잔해를 회수해 촬영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작업 연작을 출품했다. 톰 헤겐(Tom Hegen)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부터 가장 어두운 심해의 해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남지 않음에 착안해, 항공사진 형식으로 찍은 ‘인류가 빚어낸 추상’을 선보였다. 5인의 작가 중 유일한 한국인인 이대성 작가는 전통적인 몽골식 삶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유목민들과 가축의 모습에 상상력을 가미했다. 급격한 사막화로 변해버린 몽골의 풍경을 마치 박물관에 재현된 전시 공간처럼 구현하고 ‘미래의 고고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불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차차 사라져가는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삼던 인도 고라마라 섬 주민들의 초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잉마리 비욘 놀팅(Ingmar Björn Nolting)은 독일의 탄광 마을 뤼체라트 주민 강제퇴거에 반해 마을을 점거한 환경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과 이를 저지하는 에너지 회사와의 충돌을 꾸밈없이 보여줬다.
전 세계 대륙과 바다, 하늘에서 기록한 작품들은 아름다워서 더욱 위태롭고 섬뜩하다.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 예술감독은 전시 서문에서 “고백은 언제나 힘겹다. 그 고백의 대상이 생존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재난이 우리를 침몰시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하며, 눈앞에 닥친 재앙으로 상처투성이인 지구를 위해 작금의 실천과 변화를 촉구한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길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CCC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
장소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 (서울 중구 퇴계로 387)
기간 2024.04.18.- 2024.09.08.
라파엘 달라포르타(Raphaël Dallaporta), 〈트러블 Trouble〉, 단채널 영상, 흑백, 무음, 3분 30초, Single-channel video, black and white, silent, 3min 30sec 2016 ⓒ Raphaël Dallaporta (제공: 성곡미술관)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닉 브랜트 - The Day May Break 1, Najin and People in Fog, Kenya, 2020, 맨디 바커 - What Lies Beneath, Penalty, Europe, 톰 헤겐 - Quarry Mine near Augsburg, Bavaria, Germany, 2016, 이대성 - Futuristic Archaeology, Mongolia, 2015, 잉마르 비욘 놀팅 - Eviction, Lützerath, Germany, 2023 (제공: CCCP(Climate Change Photo Project)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인공 ARTIFICIAL〉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27분 33초,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27min 33sec 2020 ⓒ Laurent Grasso / courtesy Perrotin (제공: 성곡미술관)
〈프랑스현대사진(French Photography Today: A New Vision of Reality)〉
장소 성곡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기간 2024.05.30. - 2024.08.18.
이현준 개인전 〈City Epics〉 전시 전경
이현준 개인전 〈City Epics〉 전시 전경
이현준 개인전 〈City Epics〉
장소 갤러리 9.5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53 안테룸서울호텔 지하 2층)
기간 2024.06.05.-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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