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젊은 돈키호테의 사랑을 보고싶다면?···국립발레단 '돈키호테''

이번 국립발레단의 공연에서는 4단계(수석·솔리스트·드미솔리스트·코르드)로 나뉜 무용수 등급에서 가장 낮은 코르드 레벨의 무용수가 주역을 맡았다. 202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현재 코르드(군무) 활동 중인 안수연이 그 주인공. 그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송정빈이 재안무하여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에서 키트리 역을 연기한다. 강수진 단장이 발탁한 그의 활약이 궁금해 지난 금요일 공연을 관람했다.
 

젊은 돈키호테와 둘시네아의 사랑을 보여준 ‘돈키호테’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돈키호테가 꿈에서 둘시네아를 만나 첫눈에 반하는 장면의 프롤로그로 막을 연다. 주인공인 키트리와 바질이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서로 만나고 무용수들은 밝고 유쾌한 동작으로 캐릭터 댄스를 춘다. 가난한 바질이 마땅치 않은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는 딸을 부자와 결혼시키고 싶어하지만 돈키호테의 도움으로 마침내 바질과 결혼에 성공한다.

본디 유명한 작품의 재안무는 한층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2023년에 초연하여 호평받은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에서 안무가 송정빈은 노기사 ‘돈키호테’의 젊음과 사랑을 외면하지 않았다. 원작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살리면서 기존에 없는 청년 돈키호테와 둘시네아의 파드되를 추가하여 밝고 화려한 춤을 펼쳤다. 비록 꿈속이지만 주름이 깊게 패인 돈키호테가 아니라 부츠(슈즈)를 신은 젊은 돈키호테가 환생한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인 변성완(돈키호테)과 조연재(둘시네아)가 젊은 돈키호테의 꿈속에서 환상 속 낭만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주역(키트리)을 맡은 안수연은 바질과의 결혼식 장면 파드되 등을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잘 연기하였다. 독무에서도 아름다운 폴드브라와 연속 피루엣을 흔들림 없이 표현했으며, 32회전 푸에테마저 깔끔하게 연기하여 관객의 환호와 물개박수를 받았다. 그는 장면마다 연기를 실감나고 재미있게 표현했고, 그 매력 넘치는 연기에 관객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반응했다. 그의 공연을 보며, 실력을 갖추고 열심히 다듬으면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음을 실감하였다.

바질 역의 김기완(수석 무용수)은 듬직하게 키트리를 받쳤다. 마치 어떤 동작이든 걱정 말고 하라는 듯 그녀와 호흡을 맞추며 안정감 있게 동작을 연출하였는데, 리프트나 피쉬 다이브 같은 고난이도 동작도 편하게 연출하여 아름다운 한쌍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는 피쉬 다이브 장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세기디야, 플라멩코와 판당고 등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춤을 펼친 무대도 볼만한데, 무용수들이 탬버린과 부채를 들고 군무를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박수가 쏟아졌다. 주역은 물론 모든 무용수들의 미소를 띤 표정은 희극발레를 보는 맛을 더해준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이병욱)는 장면에 따라 무겁거나 때론 사랑스러운 장면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연주하여 무대 위의 무용수들을 리드했다. 나무랄 것 없이 기분좋게 해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