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김연경(36·흥국생명)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을 꼽았다. 4강 신화를 쓸 당시 그는 ‘해보자, 해보자’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3년 뒤 19년 새겼던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날. 김연경은 은퇴 경기에서 다시 한번 그 말을 외쳤다.
8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4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 경기'에서는 김연경의 리더십이 단연 돋보였다.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직 국가대표 선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선수 24명이 참가하는 이벤트 경기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김연경은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스파이크 등으로 상대 기선을 제압했다. 동료가 공격에 성공할 때면 함께 환호했고, 수비 실패 때는 박수를 치며 독려했다.
김연경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자 동료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들까지도 몸을 날리는 플레이를 서슴지 않았다. 덕분에 실전을 방불케 한 경기가 펼쳐졌다. 긴장감 넘치는 랠리가 반복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연경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세트에서 서브 에이스를 성공한 뒤 양팔을 번쩍 들어 팬들을 향해 포효하기도 했다.
2세트 경기가 접전으로 펼쳐졌을 때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 감동을 떠올리게 한 말을 했다. 그는 타임아웃에서 동료들을 보며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박수치며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간절하게 외쳤던 그 모습을 태극마크와 작별하는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다시 재현했다.
‘팀 대한민국은’ 김연경의 파이팅에 부응했다. 3세트에 걸쳐 누적 70점을 획득하는 팀이 최종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70-60으로 ‘팀 코리아’를 꺾고 승리했다.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13점을 기록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2005년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해 2012 런던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에서 2차례 4강 신화를 이끈 김연경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곧바로 은퇴식이 진행됐다. 마이크를 잡은 김연경은 “많은 분들과 은퇴식을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차분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마지막 순간에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소감을 이어가던 김연경의 눈시울이 조금씩 붉어졌다. 잠시 숨을 고른 김연경은 “울컥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약간씩 올라오는 것 같다”며 “참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항상 태극마크를 꿈꾸면서 배구를 했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든 순간이 조금씩 떠오른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김연경은 코트를 한 바퀴 돌면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연경의 국가대표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한 6000명의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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