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두고 국민의힘이 '셀프 초청' '호화 기내식' 등을 문제 삼으며 특검법까지 발의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 측도 반격에 나섰다.
김 여사는 지난 4일 여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으며,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날인 5일 직접 해명에 나섰다. 윤건영·고민정 등 친문계 의원들도 연일 여권이 제기하는 의혹에 반박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다.
국힘 윤상현, 3일 김정숙 특검법 발의 "사실이면 국정농단".. 배현진 "기내식비 6292만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3일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논란이 됐던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이 결국엔 셀프초청, 혈세관광, 버킷리스트 외유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단독 외교가 아닌 명백한 셀프초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보다 열다섯 배의 혈세를 투입하고, 대통령 휘장을 단 전용기를 띄워 기내식 비용으로만 수천만원을 탕진했다는 문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은 영부인 단독 외교'라는 주장을 한데 이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인도 정부의 요청이 아닌 '셀프 초청'이라는 것에 집중 공세를 펼쳐오다 배현진 의원이 2018년 11월 김 여사의 인도 순방 당시 기내식비로 6292만원이 사용됐다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혈세탕진' '미식여행'이라는 공세가 더해졌으며 특검법 발의까지 이르게 됐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도 관련 의혹을 한 번도 제대로 수사한 적이 없다"며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론과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 추진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김정숙 여사 특검법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 "수사를 해보고 그 수사가 미진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그 때는 특검을 갈 수 있겠다"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3일 저녁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지금 채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상당히 높고 그걸 계속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높다"면서 이 상황에서 "발의한 김정숙 여사 특검법이 국민들 눈에 물타기로 비쳐버리면 별 소용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文 "기내식 경비 치졸한 시비.. 대한항공에 물어보라" "아내 등떠밀려 간 것"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5일 직접 해명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셀프 초청'이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외교 당국의 거듭된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반박했으며 '호화 기내식' 논란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5일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 "최근 논란에 대해 국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시비여서 그러다 말겠거니 했지만 점입가경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을 밝힌다"면서 현재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 경비는 소관부처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며 청와대는 예산의 편성이나 집행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예산이나 경비에 의문이 있다면 소관부처에 물어볼 일이다. 당시 소관부처는 행사의 성격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항공이 체결한 수의계약서를 근거로 기내식비만 '6292만 원'에 달한다면서 '호화 외유 순방'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해외순방시 전용기 기내식은 일반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세트로 제공된다. 그러니 제공되는 세트 음식 외 더 고급 음식을 주문할 수도, 먹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호화 기내식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순방에 소요된 기내식 총경비가 많아 보인다면 그 연유 역시 소관부처나 기내식을 제공한 대한항공 측에 물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초호화 기내식'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일부 언론을 겨냥해 "수행기자들도 수행원들과 같은 기내식을 제공받으니 전용기 기내식의 시스템을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식세트냐 양식세트냐, 밥이냐 빵이냐 정도의 선택의 여지 밖에 없이 제공되는 기내식을 먹었을 뿐인 사람에게 기내식 총경비가 많아 보이니 '너 초호화 기내식 먹었지?'라며 들이대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냐"고 반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참고로 해외순방의 전용기 기내식 비용은 일반 항공기의 기내식 비용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도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같은 구성의 기내식을 반복적으로 다량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성의 기내식을 일회적으로 준비하는 것이어서 인건비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서울공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인원 수와 무관하게 기내식 운반과 탑재 등에 소요되는 고정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기내식 총경비가 통상보다 많았는지 여부는 현 정부의 순방 비용과 비교하면 알 수 있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여사의 인도 출장 특혜성 시비에 대해서도 "아내의 인도 순방은 아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세상에 어느 아내가 외교나 외국인을 만나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은 터에 멀고 먼 낯선 나라 낯선 지역의 낯선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하여 군중 앞에서 축사까지 해야 하는 일정을 대통령인 남편 없이 혼자서 수행하고 싶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도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내가 갈 형편이 안돼 일단 문체부 장관이 방문단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결정해뒀지만, 인도 측에서 지속적으로 나의 방문을 희망하니 한-인도 관계의 발전을 위해 아내라도 대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외교 당국의 거듭된 건의에 따라 인도 측과 협의한 후,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아내를 설득하여 등떠밀 듯이 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순방을 건의했던 부처와 아내와 함께 갔던 부처가 멀쩡하게 있는데도 이제와서 아내에게 초호화 기내식이니 버킷리스트 관광이니 라며 모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냐. 부끄럽지 않냐"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성의를 다했던 인도 측은 또 어떻게 생각하겠냐"라며 "참 민망하고 한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숙 여사, '인도 셀프방문' 의혹 제기한 與인사들 고소
윤건영 "尹 부부 해외순방 기내식 비용도 공개하라"
김정숙 여사도 여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 활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는 관련자들에 대해 김 여사가 정식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 배우자가 공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런 가짜뉴스를 묵과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고민에 속에 무겁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저질 정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사에 남을 부끄러운 행태"라며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은 인도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으로 성사된 공식적인 외교 활동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의원은 "그런 외교 활동에 대해 전용기 기내식비 운운하며 조롱거리로 삼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인도 측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지, 오늘의 이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기내식 비용 자료를 공개한 윤석열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한다. 전용기 기내식 비용의 상세한 산출내역 및 집행내역을 당장 공개하시라. 총액은 공개하면서 이 자료는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시 기내식 비용은 얼마이며, 어떻게 계산되고 집행되는지도 당장 공개하시기 바란다"며 "본인들의 기내식비는 공개하지 못하면서, 전임 대통령 배우자의 기내식비 총액만 공개하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며 화살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를 포함한 인도 방문단은 통상적인 전용기 기내식으로 식사를 했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김정숙 여사가 마치 호화로운 식사라도 한 것처럼 냄새를 풍기며 극악스러운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 이는 아무 근거도 없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덧붙였다.
고민정·진성준·이철희 등 친문계도 일제히 반발 "치졸한 정치 공세"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다른 야권 인사들도 여권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고민정 의원은 그 비행기에 자신도 탔지만 대단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김 여사 인도 방문 때 청와대 부대변인 자격으로 동행했던 고 의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기내식 관련 질문을 받자 "특별하거나 무슨 대단한 것을 먹었던 기억이 전혀 없다"며 "그것을 증명하려고 사진을 찾아봤는데 그런 기록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 2호기는 비밀공간이기에 그 안에서 사진 찍지 않는 게 습관화돼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몇몇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도 없다고 해 증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다"고 했다.
고 의원은 "대한항공 혹은 그 문제를 제기했던 배현진 의원 등이 증명을 해주면 좋겠다. 어떤 걸 먹었고 비행기 안에서 어떤 비용을 썼길래 기내식비만 6000여만 원이 나왔는지를 증명하면 제가 하나하나 증언하겠다"고 배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당시 취재 기자, 영상 기자 등 기자들이 동행했기에 청와대 직원들이 작당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라며 몰래 엄청난 기내식을 먹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이 "치졸하기 짝이 없는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특히 "여권이 산출 근거도 불분명한 기내식 비용을 두고 공세를 펴고 있다"며 "긴말하지 않겠다. 정부는 즉시 2018년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기내식비의 산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비의 구체적 내용도 공개하라"며 "기내 식비는 얼마였고 밤마다 재벌 회장과 가진 술자리 비용은 얼마였는지, 그 비용은 누가 냈는지 공개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은 이날 MBN 유튜브 '지하세계'에 나와 "윤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하기 위해 당원 정서에 호응하는 액션을 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대응할 만한 거리도 못 된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국민 중에 김정숙 여사 특검을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 이미 야인이 되신 분"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이나 채상병 특검 등에 전향적 입장을 내는 게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與 "타지마할 사랑은 죄 아니지만 혈세 동원한 관광은 다른 문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호화 해외 순방 논란' 해명과 관련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길고 긴 해명 글은 참 구차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선후관계가 잘못되고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감사, 조사 등을 통해 엄정하게 진상을 소상히 밝힐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을 찾는 게 낫다"며 "문 전 대통령의 장황한 글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변명으로만 보여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박준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 해명에 따르면) 한마디로 거액의 식비는 문체부가 집행했고, 기내식은 항공사가 제공하는 것을 먹었을 뿐"이라며 "외유를 나간 것은 김 여사인데, 그 여행을 둘러싼 책임과 의무는 모두 부처와 항공사에 있다는 견강부회의 해명"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는 사과 정도가 해명문 앞자리를 차지하는 게 우선"
이라며 "타지마할을 사랑한 것은 죄가 아니지만 국가 공권력과 혈세를 동원한 관광이라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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