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첼시로 향하자 레스터시티는 외교적 수사 대신 “실망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레스터의 재정적 상황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마레스카 감독이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3일(한국시간) 첼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레스카 감독이 남자 1군 감독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 기쁘다. 2024년 7월 1일부터 5년 계약을 맺을 것이며, 구단은 감독과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마레스카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레스터와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승격을 이뤄내긴 했지만, 첼시는 레스터와 규모 면에서 비교하기 힘든 빅클럽이다. 첼시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결별한 뒤 마레스카 감독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줬다는 점도 주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스터는 마레스카 감독 이적에 실망스럽다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첼시의 발표에 이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지난 시즌 마레스카 감독이 세운 유망한 기반을 고려했을 때, 지금 상황에서 마레스카 감독이 더 이상 우리와 함께 비전을 만들어나가고 싶지 않다고 결정한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는 아무리 실망감이 들어도 외교적 수사로 배웅한다. 번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뱅상 콩파니 감독은 PL에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된 번리를 떠나 바이에른뮌헨으로 향했다. 현지 매체에서 번리가 콩파니 감독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번리는 공식 성명에서 이를 직접 드러내는 대신 ‘상황의 역동성’이나 ‘야망을 존중’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자신들이 원치 않았던 이적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레스터와 비슷하게 첼시에 감독을 내줬던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 역시 ‘실망했다’라는 문구를 쓰기는 했지만, 이를 구단 성명에 직접 넣지는 않고 토니 블룸 구단주의 입을 빌려 표현했다. 구단 공식 성명에 직접 쓰는 것과 누군가의 발언을 인용하는 건 그 무게감이 천지차이다.
레스터가 그럼에도 ‘실망’을 직접 거론한 건 현재 팀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레스터는 PL에 승격하자마자 승점을 삭감당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PL에 승점 감점 공포를 몰고 온 수익과 지속가능성 규칙(PSR) 때문이다. 레스터는 PL 마지막 시즌까지 직전 3시즌 동안 2억 1,530만 파운드(약 3,78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손실 허용액인 1억 500만 파운드(약 1,846억 원)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레스터는 최대 15점을 삭감당할 수도 있다. 손실액 규모도 규모일 뿐더러 회계장부 제출 등 소소한 사안에서 PL 사무국과 마찰을 빚었다면 승점 감점 폭이 커질 수 있다.
재정이 어려울 때 팀을 맡던 감독이 떠나면 더욱 여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감독 선임을 위해 드는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새 감독이 팀 기반을 재정립하면서 필연적으로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레스터는 마레스카 감독과 함께 전술 철학도 새로 쌓았다. PL에서 살아남는 게 재정 건전성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새 감독과 함께 선수단이 새 전술에 적응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레스터의 경우에는 마레스카 감독이 떠나면서 약 1,000만 파운드(약 176억 원)가량 보상금을 남긴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상기한 손실액을 감안하면 감독을 떠나보내고 보상금을 받는 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레스터는 우선 손실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일례로 4,000만 파운드(약 702억 원) 이적료로 알려진 제임스 매디슨이 단일 시즌 회계 장부가 마감되는 6월 30일 전에 팔렸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밖에 추가적인 승점 삭감을 막고자 다가오는 6월 30일까지 선수를 추가로 판매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진=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첼시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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