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원더랜드'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가 죽었다는 걸 내가 모른다는 거네."
바이리(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그리고 아이의 곁을 조금 더 지켜주기 위해 죽기 전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다.
항공사 승무원 정인(수지)은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원더랜드'를 통해 우주인으로 복원, 행복한 일상을 나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떠난 그들을 그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게 됐다.
한편 '원더랜드'의 수석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신입 플래너 '현수'(최우식)는 사람들이 소중한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현수는 의뢰받은 한 서비스에서 뜻밖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원더랜드'는 과연 모두에게 '행복'만 안겨줄까. 어느 날 의식불명 상태였던 '태주'가 기적처럼 깨어나 '정인' 곁으로 돌아왔다. 오래도록 또 다른 존재의 '태주'와 '사랑'을 이어가던 '정인'의 마음에 균열이 찾아온다.
고고학자로 복원된 '바이리'는 딸과의 영상통화로 친구 같은 엄마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지만,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고 만다.
2016년 어느 날 김태용 감독은 영상통화를 하던 중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은, 저 공간에 진짜로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이는 곧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세계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계속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번졌다.
김태용 감독은 삶과 죽음 사이, 누구나 겪는 가족과의 이별이 주는 슬픔과 그리움, 혼란의 감정을 가상의 영상통화 서비스를 통해 위로받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또한 2006년 연출작 '가족의 탄생'에 이어 또 한 번 '가족'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영화를 통해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인연'임을 강조한다. '가족의 탄생'이 '밥상'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의 의미를 들여다봤다면, '원더랜드'는 가족이 함께한 '시간'을 중심으로 멀리 있지만 가까운 존재라고 되짚는다.
'만추' '가족의 탄생' 등을 통해 '감성 장인'으로 불린 김태용 감독의 가슴을 울리는 상상력과 공감을 자극하는 스토리,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 감독의 아내이자 배우인 탕웨이는 존재 자체로 힘이 있고, 수지와 박보검의 로맨스 호흡은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정유미, 최우식, 그리고 공유까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수지와 박보검의 로맨스 호흡은 여러 명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것이 아쉬울 정도다. 16부작 드라마로 긴 시간 보고 싶을 만큼 달달하고 애틋하고 뭉클하다. 왜 이제야 만났나 싶다. 진짜 연인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만남이다.
6월 5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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