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가 실시된 뒤 적발 사례 중 절반 이상을 국외 사업자가 차지했다. 그러나 외산 게임을 대상으로는 법을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기업들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호소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국내 게임사들이 위축된 틈을 타 중국산 게임이 약진하자 중국에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22일부터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게임 사업자는 이날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그 확률 정보에 대해 원칙적으로 게임물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검색기능과 백분율 등을 활용해 표시하게 됐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위반사례가 외산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율지원본부 산하에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조직을 구성하고 지난 2개월여 동안 국내외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제대로 공시했는지 감시해 왔다. 총 105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돼 시정요청이 조처된 가운데 국외 사업자가 62%를 차지하며 국내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산 게임에 대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강제할 수 없다며 법안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불거진 여러 이슈들로 국내 게임사에 대한 이용자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국내사들의 부진 속에서 현재 외산 게임들은 제도의 한 발자국 밖에서 운영되고 있어 반사이익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중국 게임사들은 규제의 회색지대를 활용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신작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시장 잠식이 진행되는 모양새다. 5월 31일 기준으로 ‘스퀴드 버스터즈’와 ‘캣 판타지’ 등 중국 게임은 구글플레이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4월에는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톱10 중 4개가 중국산이었다.
이러자 업계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외산 기업을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방을 중국 기업에 모두 내어줄 수 있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신뢰 제고라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그 책임을 국내 기업만 진다는 건 불합리하다”면서 “간접적으로 외국 기업만 이득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올해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게임 업계는 자율규제를 진행해 왔으나 그때도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게임사들의 다수는 해외기업이었다. 현재 해외 기업들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은 채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고 ‘먹튀’ 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업계가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국내 게임업계를 향한 정부의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문체부는 지난달 1일 ‘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게임 이용자 보호 방안으로 ‘소송 특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게임사가 고의·과실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르게 공시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업계는 정작 기업들이 희망하던 정책들은 누락된 채 규제만 더욱 촘촘해졌다며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초 게임사들이 요구했던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블록체인 게임 규제 완화 등은 이번 진흥책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은 문체부가 기재부와 협의한다고 하지만 현재 안으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무게가 실린 것 같다”고 봤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8일 게임위 수도권 사무소에 방문해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현황을 점검하며 업계의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국외 게임사는 단속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국내 대리인 의무 지정 제도가 도입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게임 산업 입장에서는 규제일 텐데, 산업도 성장하고 이용자가 만족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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