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슈타인의 방에 들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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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슈타인의 방에 들어서면

엘르 2024-05-31 11:04:31 신고

오늘 어떤 노래를 들으며 왔나요
모건 월렌의 ‘7 Summers’. 어릴 때 좋아했던 시원한 컨트리 팝 장르의 곡인데 들으면 늘 기분이 좋았어요. 이 무드로 하루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죠. 촬영장에서는 차분하게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들었습니다.

터틀넥 톱은 Moohong. 팬츠는 s/e/o. 리본과 브로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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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새 노래도 나왔어요. ‘한 River 220625’라는 제목이 심상치 않습니다
프로듀서 슬롬 형이 김승현 기타리스트와 단순하게 코드 녹음한 버전을 스케치했어요. 신기한 건 당시 회사 내 유튜브 콘텐츠를 담당하던 PD님이 “저희 할머니 댁이 자연이 예쁘고 분위기도 좋은데 거기서 쓸래요?”라고 제안거든요. 저도 집사나 할 겸 가서 할머니가 해주신 밥에 김 싸 먹고, 김치찌개 먹으면서 썼어요. 충북 보은이었죠. 서울에 돌아와서 다시 녹음하려니 그때 분위기를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었어요. 무조건 그때 녹음한 버전을 써야겠다 싶어서 후반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슬리브리스 화이트 톱은 We11done. 이너 웨어 티셔츠와 볼 캡,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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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댁에서도 녹음을 해두었군요
돈이 부족하던 시절에 홈 레코딩하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갔죠. 할머니 자손의 가족사진이 빽빽히 걸린 거실 TV장 옆에서 밥상 하나 놓고 녹음했어요. 그날의 분위기가 너무 잘 담겨서 제목에도 날짜를 붙였습니다. 2022년 6월 25일. 부를 때마다 그날이 떠올라 기분 좋을 것 같았거든요.

지난 3월 발매된 싱글이자 연인의 사랑을 노래한 〈Valentine〉에서는 원슈타인의 달콤함과 끈적함이 물올랐다는 반응이었어요. 어쩌다 좀 더 달착지근한 사람이 됐나요
제게도 그런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지도요. 제 이미지는 MSG워너비에서 사회 초년생 같은 모습 혹은 어머님이 좋아하는 효자의 모습이거나 힙합 신에서는 거칠지 않고 소위 ‘예의 있는’ 힙합을 하는 뮤지션으로 분류되곤 했거든요. 그런 것을 의식하기보다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에 솔직하고 싶었어요. 맞아떨어지는 음악을 만나 크게 분출된 거죠.

재킷은 Acne Studios. 후디드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Maison Margiela. 티셔츠는 Off-White™. 슈즈는 Ferragamo.

재킷은 Acne Studios. 후디드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Maison Margiela. 티셔츠는 Off-White™. 슈즈는 Ferragamo.

‘Valentine’의 가사 중 ‘이케아 소파’를 소재로 쓴 부분이 흥미롭더군요. 곡의 소재는 경험에서 얻나요? 아니면 요즘 사람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인가요
아무래도 경험한 것과 관찰한 것을 토대로 가사를 쓰면 신뢰가 생기는 것 같아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보통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접근해요. 예컨대 회사 스태프 한 분이 갑자기 그만둔다는데 그 마음은 무엇일지, 그분과 작업해 보고 싶었는데 보내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혹은 그를 보내는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부터 접근하는 거죠. 이케아의 소파는 제가 늘 갖고 싶던 건데요. 분명 곡 쓸 당시엔 없었는데 곡을 낼 땐 집에 있어요. 그새 갖게 된 거죠! 그래서 앨범 커버에도 고양이가 다 긁어놓은 제 소파를 활용했어요. 낡아도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재킷과 톱은 모두 Marni. 팬츠는 Ferragamo. 스니커즈는 Adidas Originals.

재킷과 톱은 모두 Marni. 팬츠는 Ferragamo. 스니커즈는 Adidas Originals.

사람들의 마음이 늘 궁금한가요
궁금합니다. 그걸 다 알아낼 수 없으니까 제 마음을 표현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기도 해요.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꽤 잘해요. ‘Valentine’에서 설거지하는 모습으로 능청스럽게 등장하거나 ‘안 아름답고도 안 아프구나’에서는 눈길 위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죠
우리 모두 어릴 때부터 연기해 오지 않나요? 소꿉놀이처럼 어떤 역할을 맡아 소화해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저는 친척 동생과 놀아줄 때 꽤 진심이었어요. 괴물이었다가 신이 됐다가 하면서 말이에요. 학생 때도 막내이모가 동생들을 모아 〈개그 콘서트〉 코너를 시켰어요. 직접 기획하고 대본을 짜서 가족 앞에서 콩트를 선보였던 기억이 강렬해요.

터틀넥 톱은 Moohong. 팬츠는 s/e/o. 슈즈는 Kimhe-kim. 리본과 브로치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터틀넥 톱은 Moohong. 팬츠는 s/e/o. 슈즈는 Kimhe-kim. 리본과 브로치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8년에 비투비의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라는 곡을 직접 재해석해 완성한 곡 ‘안 아름답고 안 아프구나’를 부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어요. 지난겨울 이 곡을 정식 발매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정적 계기는 ‘안 아름답고도 안 아프구나’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하신 감독님이 요즘 제가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고, 오랜만에 네가 부른 버전을 들었는데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니 다시 들어보라고 했어요. 그 시절의 저를 돌아보니 당시에도 지금 겪고 있는 부분이나 고민을 비슷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인생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시기가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그때가 온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곡은 지금이다!’ 다행히 최근 곡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것 같아요.

5년 전 영상에서는 발렌타인 위스키를 병째 마시고 노래를 시작하죠. 왜 그랬을까요
사실 그땐 술 이름도 모르고 그저 양주라서 마셨어요. 나름 ‘플렉스’였죠. 술 한 모금에 몇만 원을 쓴다는 것 자체가 과감한 일이었으니까. 이제 술을 좀 즐길 수 있게 됐고, 발렌타인이 좋은 술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지금은 연도별로 마실 만큼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가 됐어요. 5년이라는 세월, 이름을 알고 마신다는 것 자체가 제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일지도(웃음).

곧 〈엘르 스테이지〉에서 관객과 만납니다. 페스티벌 공연은 어떤 즐거움을 안겨주나요
예전에는 공연 무대가 정신없는 스케줄 중 하나였어요. 빠른 시간에 나를 공연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텐션을 맞춰야 하는 게 과제 같았거든요. 지금은 무대에 올라 즐겁게 노는 사람들을 보면 뭐랄까, 너무 사랑스러워요. 관객과 며칠 못 보면 어색한 사이가 될까 봐 매일 소통하고 싶을 정도로요.

재킷은 Acne Studios. 후디드 티셔츠와 팬츠는 Maison Margiela. 티셔츠는 Off-White™. 브로치와 헤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Acne Studios. 후디드 티셔츠와 팬츠는 Maison Margiela. 티셔츠는 Off-White™. 브로치와 헤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확실히 표정이 더 잘 보이잖아요
그럼요. 사실 음악을 시작했을 땐 ‘사이버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저라는 사람은 실수도 많고 실망할 구석이 많으니까 나를 보여주기보다 그냥 제 노래를 통해 이상적인 무언가를 공유하고 공감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따지고 보면 불완전한 사람이 만든 음악이 완벽하겠어요? 어차피 내 음악도 불완전하고, 나라는 사람도 불완전하다면 그냥 불완전하게 보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 불완전한지도 몰라요.

실컷 공연하고 자전거로 퇴근한 적도 있었죠
편도 3시간씩 걸릴 때도 자전거로 다녔어요. 그땐 그게 맞다고 느꼈어요. 〈쇼미더머니〉에 참가했을 때도 편도 2시간씩 자전거를 탔어요.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내 몸뚱어리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프라이드’가 높았고(웃음), 그게 제 음악과 방송에서 비쳐지는 태도와 연결됐거든요. 힘든 일이 아니라 되레 자존감을 올리는 도구였달까요. 사람들이 곁에서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제가 뮤지션으로서 가져야 할 부분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요. 그땐 불편이 아니라 의지로 한 일이었는데…. 요즘 ‘불편’한 기회가 생기면 오히려 반기게 돼요.

자전적 노래를 부르는 당신은 감정의 흔적을 가까이하는 일이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아요
물론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과목의 과제인 거죠. 그러니 긴장이나 부담이 아니라 잘해내서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원슈타인의 음악적 뿌리는 무엇일까요? 장르적 한계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만 가끔 외로워 보이기도 해요
한곳에 온전히 몸담지 않는 것 자체가 제 색깔이 된 것 같아요. 장르의 영향을 쉽게 받고, 그때그때 완전히 빠져드는 편이거든요. 머물지 않는다는 건 장점이지만, 반대로 특정 장르에 관해 깊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제 음악을 얘기할 때 장르보단 제 삶에 대해 얘기하게 돼요. 삶이란 지금 관점에서는 결론적인 부분만 보게 되지만 그때그때 들었던 음악, 걸어 다녔던 거리, 만났던 사람들 모두 지금에 영향을 미친 거잖아요. 요즘 힙합에 회의적인 사람도 많은데, 힙합 혹은 음악이 분명 누군가의 삶을 책임졌던 때가 있었을 거예요. 그걸 느꼈던 순간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 SNS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면 좋겠어. 응원해요”라는 글을 적었어요. 왜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나요
사람들의 행복 에너지가 커질수록 제게도 전염될 테니까요. 사실 제가 그렇지 않아서 ‘일단 먼저 행복하시고, 저도 다시 행복하게 해주면 안 돼요?’라는 부탁에 가까워요. 아마 제 팬들은 ‘아,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에 잠겨 있구나’라고 알아챌 거예요(웃음).

숄더가 독특한 디자인의 톱과 팬츠, 슈즈는 모두 Rick Owens.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숄더가 독특한 디자인의 톱과 팬츠, 슈즈는 모두 Rick Owens.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역시 행복이 최고죠
당연하죠. 음악은 삶이 힘들어서 찾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찾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행복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재미난 생각도 해봤어요. 제 음악으로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늘 말하지만, 음악을 찾지 않는 삶이 어쩌면 제가 꿈꾸는 세상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어떤 팬은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좋다고 해요. 당신도 그러한가요
과분한 사랑이고, 그 말을 늘 기억하고 긍정적으로 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지금 제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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