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원 연설 통해 언급…작년 1호기 실패 때는 대내 매체 보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이 지난 27일 밤늦게 쏘아 올린 정찰위성 2호기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발사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비교적 빠르게 주민들에게 알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국방과학원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1면에 전하면서 6천자에 달하는 김 위원장의 연설을 2면에 함께 실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지난 27일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1단 추진체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자폭했다며 발사 날짜는 물론 실패 원인까지 언급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과 8월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연거푸 실패했을 때는 외국에서만 접근 가능한 대외 매체 조선중앙통신에서만 관련 보도를 했다.
당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 매체에서는 이 소식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위성 발사 실패 이틀 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린 것이다.
특히 관영 매체가 위성 발사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형식을 넘어서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해 실패를 알렸다는 점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위성 발사 실패를 대하는 북한의 자세가 180도 바뀐 것을 두고는 우주 개발 분야 선진국인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만으로 위성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더라면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실패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쉽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위성 1호기를 궤도에 진입시킨 경험이 있고, 지난 6개월 동안 2호기 발사를 준비하면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비록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쌓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여유로움을 의도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위성 발사 실패를 질책하기보다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취지로 정찰위성 개발자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국가의 존엄과 인민의 삶을 위해 결사분투하는 우리의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에게 있어서 실패는 어디까지나 성공의 전제이지 결코 좌절과 포기의 동기로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은 첨단무기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국방 군수공업 부문의 핵심 기관으로, 정찰 위성 개발에서도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무기 시험을 참관한 적은 있지만, 국방과학원을 찾아가 내부를 둘러봤다는 관영 매체 보도는 이번에 처음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국방과학원에는 152㎜ 자주포, 600㎜ 초대형 방사포, 함포, 다용도 전투 장갑차에 포탑을 탑재한 모형 등이 전시돼 있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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