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시장 일각에서 지나치게 기업의 자율에 의존하고 '당근'과 '채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확정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는 강제적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 자체 노력과 투자,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다시 규제의 요인이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신에 저희가 인센티브 구조들을 도입해, 기업의 자율성에 입각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등 자율성에 기반한 인센티브 구조를 원칙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성에 근거하면 단기간의 실효성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만, 긴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시장(마켓) 압력이나 동종 업계(피어·peer) 프레셔(pressure·압력)를 통해 자본시장의 문화로 정책시키는 것이 훨씬 더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순수하게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율성에 기반을 했고 중국의 경우 규제나 강제적 요인이 반영될 여지가 있어 보이나, 저희는 자율성에 입각한 인센티브 구조로 좀 더 긴 호흡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도록 나가자는 입장이고 충분히 자율성과 인센티브를 통해서도 효과적인 추진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며 "일본은 (기업 거버넌스 개혁 프로그램) 발표하고 나서 4개월 정도 후에 기업 중 13% 정도 나름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를 했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또 "('목표설정'에서) 수치 제공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예측 정보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시장이나 경제 여건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구체적 수치가 적용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대한 추진 정책 이해가 여려울 수 있지만, 구체적 수치 제시가 어려우면 설명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로 ▲ 주주환원 확대 시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 세제지원 ▲'밸류업 표창' 수상 기업에 대한 5종 세정지원(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공제 사전심사·법인세 감면 컨설팅·부가 및 법인세 경정첨구신사 관련 패스트트랙, 가업승계 컨설팅),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 심사시 가점 부여, 감리 제재조치시 감경사유로 고려, 거래소 연부과금 면제, 거래소 추가·변경상장수수료 면제, 불공실공시 관련 거래소 조치 유예, 거래소 공동IR 우선참여 기회 제공,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등 3대 분야 8종 인센티브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이행 현황 등 종합분석·우수사례 발굴 및 공유 등을 제시했다.
다만,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 세제지원은 법개정 사항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부자 감세 반대'를 사실상 당론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 이사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3%룰)은 상법의 영역으로 이와 관련한 배려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추가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쪼개기 상장 역시 제도적으로 반영된 측면은 없고 소액투자자 보호에 대한 공시는 필요하다고 봐서 투자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을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요한 예시로 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와 관련해서는 투명성 훼손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외부감사를 시행하는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그런 예외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우려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책을 실행하고 담당하는 금융위를 포함해 정책 당국자들이 투명성이 훼손이 예상되는 인센티브 구조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래소는 올 3분기 중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가치 우수기업과 가치제고 기대기업으로 구성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4분기 중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을 각각 개발 추진 중이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지수 포함 기업은 자본효율성과 주주친화적인 경영 내용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할 것"이라며 "다만 자본효율성 등은 기업이 소속된 업종이나 산업의 성숙 단계 등에 따라 잘라질 수 있어 기업의 규모별 특성, 산업 영역별 역사와 발전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해서 선정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TF가 얼마나 설정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덱스 선정을 잘 하면 잘 할 수록 ETF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촤선을 다해 좋은 기업이 포함되는 ETF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이사장은 도쿄와 뉴욕 등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세일즈에 나섰을 때 등 해외투자자 반응과 관련해서는 "'자기네들이 중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아시아 어느 쪽에 투자할지 의사결정 과정에 있다'고 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증시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게 된 동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이 밸류업 프로그램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20% 정도 주가 상승이 있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신뢰를 갖고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인센티브 중심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설명해줬으면 하는 요청이 있었다"며 "해외 IR은 가능한 한 조기에 실시를 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또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표현은 경영이나 투자에 있어 주주 친화적 활동의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족한 부분에 대해 우리가 정책적 노력 기업의 자발적 참여 또는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투자자와 기업 간 비대칭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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