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핵심이자 기업에 주기적으로 관련 계획을 공시토록 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존대로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26일 정해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정은보 이사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밸류업·자본시장 레벨업을 위한 핵심전략과 확정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월 정 이사장의 취임 이후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최우선 추진과제로 발표하고 같은 달 1차 세미나를 열고 전담조직을 상설화했다. 3월에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자문단을 구성했다.
지난 2일에는 금융위원회, 증권 유관기관들과 함께 원칙과 개괄적인 설명 중심의 가이드라인과 세부 작성방법·사례 및 참고서식 등을 담은 '해설서'를 발표한 뒤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왔다.
거래소 측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궁금증 및 우려 사항에 대한 답변을 FAQ(자주 묻는 질문)로 제시하고, 기업이 계획을 수립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5가지 ‘가상 작성예시'를 제공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립하는 발전전략이라는 점에서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의 특징을 지닌다. 가이드라인은 투자자의 이해편의 및 비교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 목차별 작성방법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핵심은 '현황진단'으로 이는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포함한 입체적 진단을 실시하고, 이러한 개별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들 중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해 분석하는 단계이다.
재무지표의 경우 시장평가(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등), 자본효율성(자기자본이익률(ROE), 투하자본이익률(ROIC), 자본조달비용(COE),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등), 주주환원(배당, 자사주소각, 총주주수익률(TSR)등), 성장성(매출·이익·자산 증가율 등) 등으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시로 제시했다.
비재무지표에서는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들이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제시됐다.
올해 5월 기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대상 기업이다. 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주주의 권리 제고 관련 지표(5개), 이사회의 구성·책임·운영 관련 지표(6개), 감사기구의 전문성·독립성 관련 지표(4개) 등 15개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및 다양한 공시항목을 제시한다.
예컨대 모자회사 중복(쪼개기) 상장 이슈가 있는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증진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지배주주 등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특히 LG화학의 배터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나 카카오의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자회사의 중복상장은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부르면서 모회사 주주의 지분가치가 라락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배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터널링'(지배주주 사익을 위해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이번에 확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현황진단' 중 재무지표 선정에서 '성장성' 항목에 기존 매출액·이익 증가율 등에 더해 'R&D(연구·개발) 투자' 관련 지표를 추가해 '투자를 통한 가치제고' 방식도 있음을 강조했다. 지배구조 지표 중 '감사의 독립성'과 관련해 '내부감사 지원조직의 독립성', '내부감사기구 주요 활동내역의 공시'를 추가해 예시를 다변화했다.
이와 더불어 '계획수립' 중 특정 사업부문 강화, R&D투자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 자산처분 등 다양한 계획 예시 중 기업들이 특성·성장단계 등에 따라 자신에 맞는 계획수립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거래소 공시규정에 따른 '자율공시 항목'으로,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해당 계획서를 첨부해 연 1회 등과 같이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권고된다.
거래소는 상장기업의 밸류업 공시현황 및 공시내용,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정보, 투자지표 비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지난 25일 개설했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는 오는 27일부터 준비가 되는 상장기업부터 공시하게 된다.
거래소는 상장사에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 안내 공문을 발송하고 공시책임자 및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시 교육 및 '찾아가는 지역 설명회'를 개최한다.
중소 상장기업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원활히 수립하고 공시할 수 있도록,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및 공시 영문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상장기업 사내·사외이사) 대상으로 수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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