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입장에선 통화 긴축 지속에 따른 경기 침체와 내수 둔화 등을 감안해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해야 하지만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5명은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 그룹의 글로벌 경제분석 책임자인 로버트 슈바라만 박사는 "10월쯤 되면 한은이 데이터를 보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디커플링에 빨리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상승세가 상당히 억제됐다는 이유에서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인 인플레이션이 2%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높인다면 앞으로 몇 주 안에 EC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강하다"고 밝혔다.
ECB는 유로존 20개국의 통합중앙은행으로 ECB 이사회는 다음달 6일 아일랜드 킬케니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경제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종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기준금리를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연준이 22일(현지 시각)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현재 금리 수준이 지속적 디스인플레이션 결과를 보장할 만큼 높은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물가가 급등하면 금리를 다시 인상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해 초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3월에는 3.5%로 오히려 높아졌다. 4월엔 3.4%로 소폭 내렸지만 연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 한은은 10월이나 11월에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향후 3~5개월 동안 물가가 계속 둔화하면 올해 말쯤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시장 참여자들이 보는 연준의 6월, 7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각각 95.8%, 82.0%에 달한다. 이어 9월과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각각 49.7%, 47.0%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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