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정구학 대기자] 최근 민주노총 탈퇴강요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SPC그룹 창업주 2세 허영인 회장(75).
그는 서울구치소에서 아마 “내가 사업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에 빠져있을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 불법파견 논란으로 온갖 고초를 겪은데 이어 이 정부 들어서도 생산현장 인명사고로 촉발된 리스크로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창업주의 차남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제빵사업을 글로벌화했다는 점에서 허 회장은 어쩌면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과 닯았다.
그는 몇 년전 한 언론사 행사에서 “빵의 본고장인 유럽에 한국 빵을 수출한다는 건 서양사람들이 떡이나 쌀밥을 만들어 한국에 진출하는 것 만큼 코페르니쿠스 같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자부심을 표현했었다.
실제로 SPC는 올해까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 ‘K 베이거리’를 진출시키면서 식품업계에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허 회장의 구속으로 회사 경영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 오너의 강력한 추진력을 발판으로 한 파리바게뜨의 유럽시장 진출 등 글로벌 사업에도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연매출 7.8조원 규모의 성장도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내부 노사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노조원 끼리 자율에 맡겨야 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의 싸움에 사용자측이 개입했다면 분명히 실정법(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로서 시시비비를 법원에서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계는 아직도 ‘건폭’(건설현장에서 노조의 폭력행위)에서 드러났듯이 산업현장에서 불법과 떼법을 일삼으며 사용자를 옥죄는 나쁜 관행이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실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겠지만, 아직도 산업현장에선 정부가 법과 원칙의 잣대로 공권력을 엄정하게 행사하지 않아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정치투쟁과 불법투쟁부터 먼저 시정하는 게 형평에 맞다”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선 파리크라상을 주축으로 하는 대한민국내 제빵업계의 선두주자의 오너가 구속된 뒤 충격에 빠졌다. SPC는 파리바게뜨뿐만 아니라 삼립,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브랜드를 갖고 있다. SPC는 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nies의 약자다.
그룹의 모태는 1945년 10월 초당 허창성(1914~2003) 창업주가 황해도 옹진군에 빵집 '상미당'을 차린 게 기원이다. 1970년 삼립 호빵을 출시하며 대박을 쳤다.
1972년에 현 샤니를 세우고 1977년 허창성 회장은 장남 허영선에게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넘겼고, 차남 허영인에게는 샤니의 경영권을 넘겨줬다.
큰 규모의 삼립식품을 물려받은 허영선 회장은 외식업이나 리조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외환위기를 맞으며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기도 성남에 조그마한 공장 하나뿐인 샤니를 물려받은 허영인(1949년생) 회장은 회사를 키워 2002년 본가였던 삼립식품을 역으로 인수, 2004년에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허영인 회장은 프랑스를 유럽 시장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며 파리바게뜨를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프랑스 파리에 직접 진출시켰다. 1988년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를 표방한 파리바게뜨가 파리 중심가에 문을 연 건 의미가 남다른 결실이었다. SPC는 10년간의 준비 끝에 절차와 조건 등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겨진 프랑스 상륙에 성공했다.
지난 2022년에는 영국 런던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검찰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올 3월 이탈리아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SPC가 해외 진출에 나서는 건 출점 규제와 경쟁 심화로 성장이 제한된 국내 시장을 탈피,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세계를 향해 달려가던 허 회장이 구속이라는 암초를 만나, 어떻게 역경을 극복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뉴스컬처 정구학 대기자 ghchung@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