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외 젊은층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면 현상이 두드러지는 반면 해외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개도국에서는 젊은층의 '오픈런(매장이 열리는 순간 바로 입장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현상까지 등장해 향후 글로벌 점유율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0%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미 큰 시장 선진국은 아이폰, 성장 잠재력 큰 개도국은 갤럭시
인도와 남미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에서도 갤럭시 시리즈 인기는 뜨겁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일렉트로닉스허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171개국 중 95개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피지로 점유율은 무려 74%에 달했다. 이어 가이아나(64.72%), 트리니다드토바고(63.1%), 파라과이(62.9%) 등의 순이었다. 갤럭시의 텃밭인 한국(60%) 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갤럭시 시리즈의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갤럭시 S24' 시리즈가 최근 파키스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유층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갤럭시 S24'는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프리미엄 라인 제품이다.
같은 조사에서 애플은 일본, 미국,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국가 별 점유율은 일본 69.8%, 미국 59.9% 등이었다. 사실상 선진국은 애플 아이폰, 개도국은 삼성 갤럭시를 각각 선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당장 시장 규모는 크긴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나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개도국에 크게 뒤쳐진다.
동종업계 내에서 앞으로의 점유율이나 판매량 확대 가능성에서 삼성전자가 애플 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특히 파키스탄과 같이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개도국의 경우 보급형에서 프리미엄 라인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매출 상승률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선 찬밥인데 외국에선 귀한 대접…중고거래도 순식간에 완판"
실제로 일부 개도국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S24는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들의 선호도가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 광고주 협회(PAS·Pakistan Advertisers Society)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경우 10~30대가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사용자 연령대가 젊다. 파키스탄에서 갤럭시 시리즈 선호도는 34%로 전 제품 중 가장 높았다. 아이폰은 24%로 갤럭시에 비해 10%p 가량 낮았다.
갤럭시 시리즈의 높은 인기는 중고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페이스북 파키스탄 스마트폰 커뮤니티에 갤럭시 시리즈 중고 제품이 올라오면 짦은 시간에 거래 요청이 쏟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스마트폰 모델별로 소비자들 간 평가도 공유되는데 가장 최신 제품인 '갤럭시 S24'를 가장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파키스탄 소비자들이 갤럭시 시리즈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함 때문이었다. 최근 갤럭시 프리미엄 모델을 구매한 아이샤 말이크(Aisha Malik·28) 씨는 "어렸을 때부터 사용했던 스마트폰이 갤럭시여서 그런지 지금도 가장 편하다"며 "옛날부터 프리미엄 S모델을 사고 싶었는데 드디어 구매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샤 씨는 매장 내 모델이 이미 매진된 상태라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한 중고거래로 갤럭시를 구매했다.
파키스탄 젊은 소비자들은 갤럭시에 대한 충성도도 높은 편이었다. 단편적인 예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샤오미 스마트폰 레드미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삼성 갤럭시를 추천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앱둘 칸(Adbul Khan) 씨는 "샤오미를 구매할 바에는 돈을 더 주거나 구형 모델이라도 갤럭시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며 "당장 스펙과 가격을 보면 레드미가 끌릴 수 있지만 사용해 보면 빈약한 내구성에 오류투성이라 후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에서 갤럭시 점유율이 3번째로 높은 파라과이에선 '갤럭시 S24' 오너 전용 커뮤니티까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비싼 외제차 구매자들끼리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것과 비슷한 목적이었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에 따르면 파라과이는 매년 4%대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2월 '갤럭시 S24'를 구매했다는 레이즈(Rayz·42) 씨는 "블랙 컬러를 겨우 구매했는데 정말 스마트하게 생겼다"며 "갤럭시 S24 시리즈는 비싼 가격에도 인기 색상의 경우 구하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갤럭시 S24를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성장하는 개도국에서 갤럭시 시리즈를 선호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래전 보급형 스마트폰 시절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쌓아온 만큼 앞으로 해당 국가에서 충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자연스레 관련 매출의 성장세도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제력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프리미엄 수요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매출 성장 속도는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흔한 스마트폰 이었을지 모르지만 개도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갈망했던 게 프리미엄 제품일 수 있다"며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일본에서 흔한 제품이 고급 제품으로 취급됐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보급형 라인에서 좋은 경험을 했던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올라가면서 프리미엄 라인으로 넘어오는 현상은 삼성전자에게 생각보다 더욱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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