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총선 후 첫 고위 '당·정·대'가 12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렸다. 지난 1월 14일 국회에서 제16차 고위 당정협의회를 개최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당정대는 당 신임 지도부와 '용산 3기' 참모들의 상견례를 겸해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의 민생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주 법원이 의대증원 합리성과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법원의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이번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 판단.. 정부 대응책 논의
이날 당정대에는 여당에서 새로 취임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참여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회의 후 현장 브리핑에서 민생 관련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전반적인 의료 개혁 방향과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대책 등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 수석은 "당에서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됐고, 대통령실에서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이 새로 선임됐기 때문에 정부와 상견례를 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심기일전해 일체감을 갖고 민생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당·정·대통령실 간 소통을 강화하고, 당정, 대통령실과 국민 간의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주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판단에 따른 정부 대응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될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법원 요청에 따라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정부 제출 자료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 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이 포함돼 있다. 각 대학 수요조사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한 '의학교육점검반'의 활동 보고서도 냈다.
또, 보건의료 인력 중장기 수급추계,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등 그간 2000명 증원의 근거로 들었던 연구 보고서도 제출했다.
이밖에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개혁과 관련해서 했던 발언,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의 보도자료 및 관련 기사, 통계청 고령자 통계.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자료를 검토해 이번주 중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배정 처분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일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중단되게 된다. 하지만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의대 증원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여가부 → 저출산대응기획부.. 尹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 맡을 것"
정부조직법 개정 필요.. 22대 국회 협치 모델 기대
이날 고위 당정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구상대로 야당의 협조를 받아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출범하면 기존의 여성가족부를 흡수합병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간판만 바꾸고 사실상 부총리급으로 더욱 확대되는 것이어서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저출생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22대 국회의 협치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각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인구부에 한데 모으겠다고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맥락에서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 논의 안된 듯.. 尹, 이번 주 중 거부권 행사 유력
한편,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 관련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는 이 자리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해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등 범야권 6개 정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에게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연합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은 국민의 요구다"고 말했다.
뒤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국민들이 지금 바로 특검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채상병 사건을 전담해서 전력을 다할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6개당은 해병대원들과 함께 700㎞ 연대 행군에도 동참했다. 당내 전당대회 일정과 겹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기자회견 대신 이 자리에 참석해 "대통령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특검을 막아 세우려 한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와 사법절차를 일단 좀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며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정치로 해병대원의 순직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객관적이고 명확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은 사법 시스템에서 올바르게 처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점찍은 인사들로 채워진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면 해당 특검은 진상 규명에는 관심조차 없을 게 너무나도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특검법 거부권을 이번 주 중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은 21대 국회 일정을 두고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 28일 본회의를 열어 재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에 대한 조율 없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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