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이철규가 겨냥한 정치인은 바로 나, 모욕감 느꼈다"

박정훈 당선인. [사진=박정훈 당선인 SNS]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이철규 의원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저격한 정치인은 배현진 의원이 아닌 이번 총선에서 서울 송파 갑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된 박정훈 당선인이었다.

박정훈 당선인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서 <예식장에서 있었던 일> 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고 그 정치인이 지목한 인사가 자신이라고 공개했다. 그 정치인은 바로 이철규 의원이었다.

앞서 이철규 의원은 지난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 출연해 자신의 원내대표 출마를 만류한 정치인 중에 전에 전화로 출마를 권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배현진 의원인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철규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얘기 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이 때문에 배현진 의원은 "그 즉시 '아니오'라고 했어야 한다. 애매모호하게 연기를 피우니 기자들이 추측해서 내 이름으로 당연히 기사 썼는데 그거 노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정훈 당선인이 자신의 SNS에서 이철규 의원이 지목한 인사가 자신이었다고 고백했다. 박정훈 당선인은 "지난 4일 오후 친분이 있는 기자 결혼식이 있어 갔는데 입구에 익숙한 다른 정치인이 있어 인사를 하려는데 그 정치인은 대뜸 '너 나 알아?'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큰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 사람의 불편한 마음을 감안해 별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치인은 내가 공개적으로 만류하는 바람에 본인의 '간절했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날 이후 그 정치인은 방송에서 '자신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반대했다'고 얘기했다. 나를 겨냥한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박정훈 당선인이 말한 '그 정치인'은 누가 보더라도 이철규 의원이다.

박정훈 당선인은 이철규 의원이 왜 이렇게 자신을 향해 날을 세웠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출마 권유는 3월초 통화에서 내가 한 말이었다. 판세가 우리 당에 불리하지 않았던 때였고 그 정치인이 얼마나 그 자리를 원하고 있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덕담으로 얘기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그 사람은 총선 참패에 큰 책임이 있다. 총선 이후 성난 민심을 감안해 출마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고언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당선인은 "그날 이후 예식장 상황은 '후배 정치인이 건방지게 굴더라'는 말로 변질돼 유포됐다. 물론 '너 나 알아?'라는 말은 생략된 채였다. 3월초 통화가 총선 이후 대화로 변질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며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감정 싸움을 하는 것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소신이다. 그래서 며칠을 참고 침묵했더니 일방적인 마타도어가 기승을 부리더라. 정확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뒤늦은 고백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정훈 당선인의 글은 이철규 의원과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해 주목을 모은다. 친윤을 넘어 '찐윤'으로까지 평가받는 이철규 의원과 갈등이기에 더욱 그렇다. 박정훈 당선인은 22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 갑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를 거쳐 TV조선에서 정치부장과 시사제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