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주요 증권사가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0.68% 증가한 3687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사진=회사
한국투자증권 측은 "거래대금이 늘면서 브로커리지 실적이 호조를 보였으며, 채권 및 발행어음 판매로 금융상품 잔액이 크게 증가했고 수익증권 판매 증가로 판매수수료 수익 역시 소폭 상승했다"며 "증권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 부문의 고른 실적과 PF부문 신규 딜 증가로 인한 투자은행(IB) 수익 증가와 발행어음 운용 수익 증가 등이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4분기 부동산 PF 관련 평가손실가 충당금 적립 등으로 2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특히 김성환 대표의 취임 이후 첫 성적표여서 더욱 출발이 좋았다.
다른 대형 증권사 1분기 실적도 대체적으로 좋았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전년 대비 각각 163.5%, 40.1% 증가한 2255억원, 198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키움증권은 전년에 비해 16.3% 줄긴 했지만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2448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증권과 대신증권 순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에 비해 8.5%, 1.5% 늘은 905억원, 53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2889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었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만 2976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을 갉아 먹은 탓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61개 증권사의 충당부채는 1조4236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2조2354억원으로 치솟았다. 통상 충당부채는 증권사가 변제할 의무의 이행 가능성이 클 때 인식한다. 그만큼 부동산 등의 부실로 인한 증권사들의 손실 공포감과 금융당국의 충당부채 인식 압박이 컸던 셈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감원이 PF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으라고 요구하니 마치 분식회계를 저지른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며 "자연히 실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의 증권사에 대한 PF 등 부동산 부실로 인한 손실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6개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관련 추정 손실액이 시나리오별로 4조6000억~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가장 낙관적인 '연착륙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대형 증권사 9개사는 평균 12%, 중소형 증권사 17개사는 평균 31%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NICE신용평가(나신평)도 국내 25개 증권사가 부동산 경기 하강 시나리오에 따라 1조1000억원~ 1조9000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신평은 지난달과 이달 하나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각각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다른 증권사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국내 부동산 PF 뿐 아니라 해외부동산 부실 등이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1분기 순이익은 17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4% 감소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자산 3조9000억원(상업용 부동산 1조7000억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해외에 오피스, 호텔·리조트, 물류 등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대비 관리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충당금 365억원을 쌓으면서 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BNK투자증권도 전년에 비해 23.7% 감소한 14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데 머물렀다.
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이제 시선은 13일 금융당국이 발표할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에 모인다. 경·공매 등을 통해 부실 사업장의 토지 가격을 낮춘 뒤 은행·보험권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조성을 통한 신규 자금을 투입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신디케이트론에 캐피탈콜(capital call·한도 내에서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돈을 붓는 것) 방식을 적용해 금융회사들의 출자 부담을 덜고 PF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1조원대의 캠코 PF 정상화 펀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지원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의 규모 등을 봐야겠지만, 당연히 굉장히 안 좋은 회사들에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PF시장의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같이 작년에 충당금을 많이 쌓은 경우 올해 실적이 괜찮게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해외부동산은 국내 금융당국 등의 대책으로 해결이 되지 않기에 그냥 증권사들이 안고 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 은행들 이슈가 나오면서 해외 부동산의 우려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다행히 대형사들이 갖고 있어 증권사 전체에 큰 화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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