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득흑묘아(검은 새끼 고양이를 얻다)'
"보송보송한 털은 푸른빛을 띄고
동글동글한 눈은 짙은 초록이네
생김새는 범 새끼 견줄 만하고
우는 소리에 벌써 강아지 겁 먹네
붉은 실로 목줄을 매어주고
참새고기를 먹여 길렀더니
처음엔 뛰어올라 발톱을 세우다가
꼬리를 살랑이며 점차 길들여지네
예전에는 내 살림이 가난하여
중년까지 너를 기르지 않았더니
쥐떼가 멋대로 날뛰어
날카로운 이빨로 집에 구멍 뚫네
(중략)
네가 우리 집에 있은 뒤로는
쥐들이 이미 기를 펴지 못 하니
어찌 담장만 온전할 뿐이랴
뒷방의 양식도 보존할 수 있으리
권하노니 공짜 밥만 탐할 것이 아니라
힘을 다하여 이놈들을 섬멸하라"
그뒤 나오는 시 '책묘(고양이를 꾸짖다)'
"감춰둔 내 고기를 훔쳐 배를 채우고
감히 이불에 들어와 가르릉 소리 내느냐
쥐떼가 날뛰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밤낮 가리지 않고 버젓이 횡행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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