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집트의 가자지구 휴전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피란민이 대거 모여 있는 가자지구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키며 지상전을 시작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라파 지역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경우 공격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집트, 3단계 휴전안 제시.. 이스라엘, '지속 가능한 평온' 수용 거부
현재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제시한 가자지구 휴전 제안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6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이 카타르 총리와 이집트 정보국장에게 휴전 제안 수용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후 이스라엘은 휴전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라파 지상군 투입을 공식화했다.
휴전안을 둘러싼 양측 이견의 핵심은 종전의 포함 여부다.
하마스가 수용하기로 한 휴전안은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각 단계별로 42일씩 휴전이 진행되는데 1단계 휴전 중에는 이스라엘 민간인 석방이 이뤄지며, 2단계 휴전 중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전면 철수한다. 마지막 3단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죄수를 교환하며 지속 가능한 평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평온'이라는 표현이다. 하마스는 이를 종전으로 보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영구적인 휴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전제로 일시 휴전 이후 추가로 종전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며 조건부 종전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철수도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완화된 이집트 제안을 수용했다"며 "그 제안에는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는 광범위한 결론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고 7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또 "하마스의 오늘 발표는 이스라엘이 휴전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략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우리는 하마스의 모든 응답과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협상 및 인질 귀환 가능성도 세심히 다룰 것"이라며 "이와 함께 가자지구에서는 지속해서 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라파에 탱크 진입.. "하마스 궤멸" 지상전 개시 공식화
네타냐후, 극우 연정 붕괴 방지 및 휴전 협상 노림수
휴전안을 거부한 이스라엘은 6일 라파 지구에 탱크를 진입시키며 지상전 개시를 공식화했다.
7일 AP 통신과 미국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이스라엘 탱크들이 국경을 넘어 라파 동부로 진입했다고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텔레그램으로 "라파에서 하마스 테러범을 제거하기 위한 대테러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7일 현지매체 하아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육군 162사단, 401기갑여단, 특수부대 등은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방향 영토를 장악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이스라엘 국기를 건 탱크가 포신을 낮추면서 팔레스타인 깃발이 걸린 검문소 시설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5, 6일 양일간 라파 일대에 대대적인 공습도 가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20명의 하마스 대원이 사망했으며 하마스 땅굴 일부도 파괴됐다고 하아레츠는 전했다.
약 140만명의 피란민이 모인 라파에 지상군이 투입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라파 지상전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총리직 연장을 노리는 네타냐후가 핵심 지지층인 극우 세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면 극우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향후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도 있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미 CNN방송에 "이번은 제한된 작전"이라면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라파를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다른 지역을 공격해 하마스 24개 대대 중 18개 대대가 해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라파 내 4개 대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재건해 공격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일부 고위 지도부도 이 지역에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라파 검문소를 먼저 장악한 것도 하마스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비롯한 상당수 하마스 간부는 이집트에서 가자로 들여오는 상품에 20%가 넘는 세금을 거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바이든 "라파 공격하면 공격 무기 지원 중단" 이스라엘 "바이든, 파트너로 볼 수 없어"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을 공식화하자 미국도 공격 무기 지원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8일 CNN 인터뷰에서 "가자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만약 그들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그들은 아직 진입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에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고수해 왔으나 막대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비등하면서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했던 고폭발성 폭탄 1회분의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8일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에 있는 민간인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라파에 중대한 공격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해왔다"라며 "우리는 상황을 평가한 결과 고폭발성 탄약(high payload munitions)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방공무기체계인 아이언돔 유지 등 방어 무기 지원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이언돔과 중동에서 최근 발생한 공격에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확실히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잘못됐다. 우리는 무기와 포탄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시 내각에 그들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진입하면 우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에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아예 중단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일부 지원을 보류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하마스를 소탕하려는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파트너로 볼 수 없다"라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를 압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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