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일 단독 처리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후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 "사법 절차에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거부권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과 70대 이상, TK 및 PK에서도 찬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만에 하나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지면서 협치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심을 더 듣겠다는 취지도 무색해진다.
그렇다고 대통령실을 겨냥하는 특검법을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 내에서는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달 27~28일 무기명으로 재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2일 본회의서 재석 168명 전원 찬성 가결.. 국힘 김웅 찬성표
윤재옥 "거부권 건의" 대통령실 "죽음 이용한 나쁜 정치" "그대로 받으면 직무유기"
국회는 전날(2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을 진행,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김웅 의원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법안 상정에 반발, 퇴장했다. 김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당초 채 상병 특검법은 본회의 안건에 없었지만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 추가 상정을 위한 의사 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고 김진표 의장이 이를 수용하며 표결이 이뤄졌다.
법안 통과 후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 의지를 보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홍철호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홍철호 수석은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대통령이 아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해당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 중인 사안은 특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검 도입 여부는 수사 종료 후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민간위원회 구성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특검을 한다든지 입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 때 가서 볼 노릇"이라며 법안을 수용할 경우 직무유기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안을 특검으로 다 가자고 (공수처)법을 아예 개정하시든지, 대통령은 법을 지켜야지 않나"라며 "법을 초월해서, 여야 합의도 없고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덜커덕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거부권 행사시 27~28일 재표결 전망.. 국힘 18명 이탈시 통과
임기 마지막 본회의·무기명 투표·낙천자 40명 변수.. 국민 70% 특검 찬성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가능하다. 이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주당은 오는 27~28일쯤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재 재적의원 296명이 전원 참석할 경우 198명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 155표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7표를 비롯해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등의 표를 모두 합치면 총 180표다. 즉, 여권에서 18명의 이탈표가 나온다면 법안은 통과된다.
전날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은 재표결에서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상민·안철수 등 다수의 여당 의원들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되거나 경선 패배 및 공천취소 등으로 낙천한 21명의 현역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불출마나 경선포기를 한 현역 의원까지 포함하면 지난 총선 낙천자는 40명에 이른다.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임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또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의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고 민심을 수용하기 위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불통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2일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67%에 달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특히 보수층(찬 49% 반 35%)과 70대 이상(찬 46% 반 30%), TK(찬 64% 반 24%), PK(찬 63% 반 20%) 등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서도 찬성 비율이 우세했다.
만일, 여론의 반대를 무릎 쓰고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이탈표가 발생해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기 3년을 남긴 대통령의 레임덕은 무섭게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하는 특검법을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어질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조국혁신당이 추진 중인 '한동훈 특검법'에도 힘이 실릴 수 있어 대통령실과 여당은 더욱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與 "야당 폭주" "이탈표 많지 않을 것"
여당 의원들은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송석준 의원은 3일 '전종철의 전격시사'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올지 묻는 질의에 "일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 사안의 본질을 우리 의원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고, 내부적으로 충분히 공유된다면 그럴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어거지로 특검법을 하자는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국방부 지휘권자가 해병대 지휘 체계를 바로잡는 행위를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수사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67% 나온 것을 두고는 "민의는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사건의 본질이 너무나 왜곡되게 알려져 있다. 해병대 전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건 너무나 무책임하다. 과감하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도 3일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 여권 내 이탈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재표결 과정에서 19표 이상의 이탈 가능성이, 야당의 독주하는 모습을 동의할 수 있는 여당 의원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좋은 본보기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이다. 야당이 대통령과 만나 영수회담을 했다. 야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21대 초반처럼 폭주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형두 의원도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탈표 자체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 우리 당 내부의 인식이 대개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걸 정치화해서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범인 아니라면 특검 거부 않을 것" 이준석 "거부권, 상당히 안 좋은 선택"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년간 현직 대통령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해왔던 말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였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범인이 아닐 것이니까"라고 압박했다.
이어 이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수년간 계속 대통령 후보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되뇌어 왔던 게 아닌가"라며 "아마 현수막으로 붙인 거만 해도 수만 장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거의 마지막에 이르고 있는데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며 "진실을 규명하는 것에 대해서 왜 이 정부·여당이 이처럼 인색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격노를 하여 상황을 엉망으로 만든 후 수사 받을까 봐 참모 뒤에 숨고 특검법은 거부하려는 비겁한 대통령"이라고 짧은 한 마디만 남겼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고 발언하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3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하여 "거부권은 당연히 사용할 것"이라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 좋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왜 이렇게 방어적으로 나오는지 궁금해할 것"이라며 "혹시라도 뒤에 문제 될 행동이 있었던 건가, 용산 대통령실에 진실 규명 이상의 뭐가 있는 건가 이런 의심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이 특검 자체에 대한 반대는 접고 우려가 되는 부분을 협상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아니라 검사 윤석열이었다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지, 아마 수사해서 발본색원하자고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살면서 한 번도 불쌍해 보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너무나도 민심을 못 읽고 계신다"며 "대통령께서 주변 참모들 조언을 받아서 좀 덜 강공 모드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2일 "채상병 특검법을 끝까지 반대하면 국민들이 더 큰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제1차 조국혁신당 당선자 총회'에서 "(특검법안) 상정을 완강히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윤석열 정부의 과오와 책임질 사안들이 드러날 걸 겁낼 게 아니라 성난 민심을 겁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실도 관여했다는 정황이 있는 만큼 특검을 통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순직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윤 원대표는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며 민의를 걷어차려 한다"며 "국민의힘에 국민께서 지켜보고 있음을 엄중하게 인식하라"고 경고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이 정부로 넘어가는 대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공포해야 할 것"이라며 "거부권은 조자룡의 헌 칼이 아니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만으로도 채상병 특검법이 필요한 이유는 충분히 설명된다"며 "윤 대통령은 거부권 생각도 하지 말고, 성실히 협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 응답률은 14.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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