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인공지능(AI) 지각생으로 평가받던 애플이 5월부터 공개할 신제품들을 통해 본격적인 '애플 AI' 시대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애플은 뒤처진 AI 트렌드, 중국 시장의 아이폰 판매 둔화,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정 위반 정식조사 착수까지 온갖 악재를 맞이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 생성형 AI에서 애플이 새로운 장을 여는 방법을 소개할 것"이라며 AI를 탑재한 제품들로 시장 반격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에 맞춰 5~6월 애플의 AI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5월 렛루즈에서 아이패드제품군을, 6월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탑재할 AI 소프트웨어를 공개할 전망이다.
시장은 애플의 새 'AI비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4월29일(현지시간) 애플의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뉴욕 증시에서 비교적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애초 애플은 2011년 AI 비서 '시리(Siri)'를 선보이며 AI 시너지를 주도한 기업이다. 곧 공개될 아이폰16의 AI 혁신 정도에 따라 내년 1분기 스마트폰 시장은 재편될 수 있다.
◆ 5월 렛루즈, 최초의 'AI 태블릿' 공개
블룸버그는 애플이 5월 7일 '렛 루즈(Let Loose)' 이벤트에서 공개하는 새 아이패드 제품군에 AI 작업이 가능한 'M4'칩을 탑재한다고 28일 보도했다. M4는 연말에 출시할 맥북과 아이맥 등에 탑재될 예정이었다가, 앞서 출시한 M3가 "성능이 이전 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자 이번 프로에 탑재되기로 결정됐다.
애플은 현재 개발 중인 M4가 애플의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열어줄 상징적인 제품이라며 밀고 있다. 이에 따라 M4가 탑재된 아이패드 프로 7세대는 애플이 선보이는 첫 번째 AI 디바이스가 될 전망이다. 프로 이후의 모든 신제품은 AI 디바이스로 출시된다.
랫 루즈에서는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아이패드 에어, 매직 키보드, 애플펜슬이 함께 공개된다.
아이패드 프로는 11.1인치와 12.9인치 OLED이며, 더 슬림해진 베젤과 더 얇은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이외의 제품에서 OLED 화면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패드 에어는 10.9인치 12.9인치 LCD로 제공된다.
애플펜슬에는 '나의 애플펜슬 찾기'와 '햅팁 피드백 기능이 탑재된다. 다양한 필기, 그리기 도구 기능과 자석으로 교체가능한 펜슬 팁도 포함된다. 매직 키보드 프레임은 알루미늄 소재로 업데이트된다.
아이패드 제품군은 5월 초 출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 6월 WWDC, AI 소프트웨어 공개
6월 WWDC에서는 애플이 전반적인 AI 비전을 드러낸다. WWDC를 통해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이 갤럭시S24를 필두로 한 'AI폰'을 전 세계 최초 공개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애플은 챗 GPT를 가진 '오픈AI', 제미나이를 가진 '구글'과 협력을 논의해왔다. 지난해 초 자체 AI모델 아약스(Ajax)를 개발했지만, 경쟁사 모델의 성능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판단하에 다른 빅테크들과의 협력을 선택한 것.
블룸버그가 26일 애플이 아이폰16의 iOS, iPadOS를 위해 오픈AI와 논의를 재개했다고 전하면서 가능성은 애플-오픈AI 연합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애플과 오픈AI 협력 시 iOS18이 탑재될 아이폰16 시리즈 전반에는 애플의 AI가 사용되고 오픈AI의 챗GPT는 일부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iOS18에서 메모, 사진, 메일, 피트니스 등 다수의 애플 앱을 개편할 예정이다. 시리, 스포트라이트, 단축어, 애플뮤직, 메시지, 건강, 키노트 등의 앱에 새로운 생성형 AI 기능이 포함된다. 또 사용자가 자유롭게 홈 화면을 꾸밀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아이폰 메시지 앱에는 RCS에 대한 지원이 추가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간 문자 메시지 경험이 향상될 전망이다. 메시징 앱인 '아이메시지'의 경우 말풍선 색깔에 따라 상대방이 아이폰 활용 여부가 구분가능한데, 미 법무부는 이를 사회적 압력으로 판단해 애플을 반독점법으로 제소한 바 있다.
또 애플은 EU 집행위원회가 29일 iOS에 이어 iPadOS 또한 DMA 특별규제 대상에 추가한 걸 반영해, 아이패드 사용자가 기본앱을 삭제하거나 애플스토어 외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시장의 관심은 5, 6월 연이어 공개하는 신제품들로 애플이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 오픈AI나 구글 같은 빅테크들과의 연맹이 애플의 반독점 리스크를 심화할지 쏠려있다.
외신의 반응은 엇갈린다. 블롬버그는 "애플은 매년 새기능을 추가하지만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 사용자의 99%는 아이패드 '스테이지 매니저', iOS 17의 대기모드와 저널 앱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라며 "현재 AI 열풍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새로운 기능이 이런 외면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드웨어 중심이기 때문에 온디바이스 AI가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의 경우 "실적이 안좋은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두려움을 사라"고 첨언했다. 사코나기는 아이폰16에 탑재될 생성 AI기능과 핸드폰의 교체 사이클이 애플의 성장을 뒷받침할거라고 분석한다.
애플의 'AI폰' 청사진이 드러나면서 삼성과의 경쟁 시기도 가닥이 잡혔다.
애플이 9월 공개하는 아이폰16에 AI가 탑재된다면, 삼성전자가 내년 1월 공개하는 갤럭시S25가 맞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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