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전반에서 유사암 보험 진단비를 둘러싸고 과열 경쟁 조짐이 보이자 당국이 급하게 제동을 걸었다.
권고형태지만 당국이 이런 식의 개입에 나선 게 올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서도 100%가 넘는 해약환급금을 둘러싸고 과열 경쟁이 일자 당국이 직접 나섰다.
업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보험 신상품 출시가 위축될 거란 우려가 있는 가하면 소비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악용될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조치를 이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국 권고에 즉각 낮아진 유사암 진단비
이달 들어 손보사들이 갑상선암이나 기타피부암, 제자리암과 같은 발병률이 높은 유사암 보험 진단비를 올린 상품들을 출시하면서 금융당국이 사실상 제동에 나섰다. 당국이 나서자 판매 손보사들은 즉시 진단비를 이전 수준으로 다시 낮추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보험사 관계자들에게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자율 권고사항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관련 보험사들은 이날 이후 판매 건에 대해 진단비 수준을 다시금 조정하기로 했다.
유사암 진단비가 일반암에 비해 보장금액이 제한된 건 상대적으로 생존률이 100%에 가까운 데다 치료 경과가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이다. 한때 일반암 진단비의 50%에 달했던 유사암 진단비는 20%로 제한되는 등 보험금이 과도하게 지급되는 일은 규제돼왔다.
업계 “보험 신상품 출시 위축돼”
유사암 진단비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주요 암을 보장하는 일반암 진단비의 20% 수준으로 권고됐다. 이후 손보사들은 암을 새롭게 부위별로 나누면서 발병률이 낮은 부위의 암 진단비는 1억원으로 올리고 연계된 유사암 진단비는 2000만원으로 책정하는 식으로 상품을 팔았다.
업계에 따르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달 유사암 진단비를 가장 먼저 올린 곳은 삼성화재다. 업계 맏형인 삼성화재가 기존 일반암 담보 대신 10종으로 암 발병부위를 재분류하고 진단비가 높은 암과 유사암 진단비를 새로 책정하면서 다른 손보사들도 유사하게 따르는 식이었다.
그렇게 유사암 진단비 한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지자 금융당국은 과열경쟁을 우려했다. 올해 초 생명보험회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하면서 해지환급금을 130%에 달하게 높였을 당시처럼 당국이 권고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보험 신상품 출시가 위축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지 말고 옛날에 팔던 보험만 똑같이 팔라는 것”이라며 “암은 여러 번 발생할 수 있는 질병임을 감안해 상품을 내놨는데, 보험사가 팔아먹기에 악용한다는 프레임을 짜면 개발 의지 자체가 꺾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타적사용권 건수도 많이 줄었다”라며 “장기 보장성 보험에서 담보를 조금 바꾸면 바로 당국에서 나서는데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 의지가 꺾이면 결국 수수료 경쟁 만이 강해지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라고도 덧붙였다.
“소비자에 유용하지만 악용 우려 이해” 시각도
반면 당국이 나선 이번 조치에 관해 이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할 수 있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어 유용할 수 있지만 진단비 한도를 맞추는 일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사암 진단비 비율은 지난 2022년에도 과열경쟁으로 인해 한 차례 한도가 조절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유사암 진단비를 받기 위해 일반암 진단비도 1억원까지 담보가 나오도록 가입해야 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일부 현장조직들은 최근 보험사들에서 여러 담보들이 추가로 나오면서 이중 일반암 진단비와 유사암 진단비와의 연계 방식을 좀 더 저렴하게 맞출 수 있도록 판매했는데, 이를 두고 연계비 꼼수 논란이 이어지면서 판매가 불가해진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회사별 2000만원이 한도지만 업계에서는 합산해 5000만원까지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며 “한꺼번에 다양한 상품을 가입해 저렴하게 유사암 진단비를 만들도록 판매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부분을 제한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최근 암 보험 트렌드가 과거에 일반암 진단비라고 해서 한 번만 주는 게 아니라 여러 개 보장을 쪼개다보니 일부 현장에서 활용하는 걸 제한한 건 맞다”며 “유사암 진단비를 조금 저렴하게 가입하려고 한 게 제한이 된 건데 과하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암 진단비 관련 결정과 관련한 더리브스 질의에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한 걸로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을 과거 공문의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실무자 선에서 논의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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