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신동빈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천억을 번다"고 말했다. 이는 민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지분 계약 때문이다. 동시에 이 계약은 민 대표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오는 25일 뉴진스의 새 뮤직비디오 공개를 앞두고 어도어와 하이브간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앞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쌓여있던 분노를 선명한 욕설과 함께 눈물 섞어 표출했다.
민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가 돈을 원했으면 내부 고발 자체를 안 했을 거다"라며, "저는 가만히 있어도 1천 억을 버는 사람인데 왜 내부 고발을 하고, 경영권을 찬탈하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어도어 설립부터 살펴봐야 한다.
어도어는 원래 하이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회사다. 하이브가 2021년 11월 르세라핌 소속사 쏘스뮤직을 분할해 세운 회사가 어도어다. 당시 주당 가격은 7,426원으로 하이브는 154억원을 들여 어도어 주식 100%인 202만주를 취득했다.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와 근속 계약을 맺은 것도 이 시점이다.
하이브는 2023년 3월, 돈을 받고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6,128원으로 120만주를 추가로 확보한다. 이때 하이브는 60억 원을 더 조달했고, 어도어 설립 때부터 쏟아부은 돈이 총 215억원을 넘어섰다.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들은 하이브가 인수합병을 통해 한 식구로 들였으나 어도어는 민희진 대표의 성공적 커리어와 뛰어난 비주얼 개발 능력을 믿고 새로 만든 회사다. 민 대표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SM의 등기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여겨진다. 소녀시대부터 f(x)와 레드벨벳 등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아티스트들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여기에 민 대표가 데뷔 전과정을 꼼꼼히 책임진 뉴진스가 가요계 판도를 완전히 바꿀 정도의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하면서 그는 가요계 비즈니스의 정점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하이브 최초의 걸그룹 타이틀을 뉴진스에게 주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여러가지 운영상 갈등이 생기며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합리적인 보상과 계약'에 대한 이슈까지 겹치며 지금에 이른 것으로 추측된다.
압도적인 성과와 보상의 문제
<조선비즈> 가 23일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15%에 이르는 어도어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톡옵션은 일정한 기간 내에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만, 이걸 가지고 있다고 해서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실질적인 수익은 아니다. 조선비즈>
하이브는 2023년 초 민 대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해 어도어 주식 18%인 57만 3,160주를 민 대표에게 저가에 넘겼다. 당시는 어도어가 매달 수십억씩 적자를 내던 때로 주당 가격은 하이브가 매수한 평균 가격 6,700원의 1/3 수준인 1,988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총 11억 원을 약간 넘는다.
주식 역시 들고 있다고 해서 내 주머니에 그만한 현금이 있는 건 아니다. 지분 비율에 따라 배당을 받거나 지분을 넘겨 받을 때 설정한 '풋옵션'이란 걸 행사해 현금화 해야 한다. 이는 미리 정한 시기에 '약속된 가격'으로 하이브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약속된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어도어 같은 비상장사는 기업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통상 업계 관례를 반영하거나 산정 당사자의 주관에 따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양측은 풋옵션 가격을 '풋옵션 행사 시점 연도와 그 전년도의 평균영업이익의 13배 값에 총 발행주식 수를 나눈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민 대표가 말하는 앉아서 천억 번다는 근거
다만, 민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 중 13%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나머지 5%는 하이브 동의 없이 처분 할 수 없다. 하이브가 해당 5%에 대해 우선권을 가지는 '우선매수청구권' 및 '공동매도청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민 대표가 13% 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하면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약 천억 원에 이른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가만히 있어도 천억 번다"는 말은 여기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뉴진스가 BTS처럼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어도어 기업가치가 수직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로 인해 어도어 주식 가격이 풋옵션에서 '약속한 가격'보다 높아질 경우 민 대표 입장에서는 풋옵션을 행사하는 게 손해다. 때문에 어떻게든 '약속된 가격'을 높게 잡고 이를 확정해 두는 것이 민 대표에게 유리하다.
<조선일보> 26일 보도에 따르면 그간 민 대표는 풋옵션에 설정된 '13배'를 보다 높여달라고 하이브에 요청해 왔다. 또 그는 배수 변경이 어렵다면 하이브 동의 없이 팔 수 없는 지분 5%에 대해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조항 수정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양측이 옥신각신 의견을 주고받던 중,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하이브 경영진에게 알려졌다. 그러면서 어도어에 대한 대대적 감사가 시작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어도어 대표인데 노예계약을 주장하는 이유... 핵심은 지분 5%
민희진 대표는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주주간 계약'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하이브와의 갈등에 대해 "경영권 찬탈을 모의해서가 아니라 주주간계약 수정에 대한 이견이 컸기 때문"이라며 돈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이 맺은 주주간 계약에는 퇴사 후 일정 기간 동안 동종 업계 근무 혹은 경쟁사 설립을 막아 놓은 '경업금지 조항'이 있다. 어도어 주식을 갖고 있거나 어도어 직원으로 근무중이라면 반드시 이 조항을 지켜야 한다. 하이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린 내용을 보면 회사 설립일로부터 5년이 될 때까지 지분을 처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주요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동일 업종에서 창업해 생기는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흔히 집어넣는다는 게 하이브의 입장이다.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게 민 대표 지분 5%다. 하이브 동의가 있어야 팔 수 있는 해당 지분에 대해 하이브가 꿈쩍도 하지 않으면 민 대표는 영원히 어도어 주식을 보유한 상태가 된다. 이럴 경우 다른 회사로의 이직은 물론 창업 조차 불가능한 처지가 된다는 게 민 대표 주장이다. 그가 "계약이 올무다, 영원히 노예일 순 없잖아요"라며 울분을 토한 이유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두 조항의 '우선' 여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며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한다'는 답변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브는 '영원히 묶어놨다'는 민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고,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진스 신곡 Bubble Gum 뮤직비디오
결국 오늘 공개된 뉴진스 새 뮤직비디오.., 성공할 수 있을까
어도어는 오는 5월 24일로 예정된 뉴진스 새 앨범 출시를 앞두고, 예약판매를 개시했다. 26일, 하이브 유튜브 채널에는 신곡 Bubble Gum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고, 뉴진스 홈페이지와 SNS는 새로운 이미지로 채워졌다. 뮤직비디오 공개 2시간이 지난 현재 유튜브 조회수는 약 150만 회를 기록중이다.
공교롭게도 하이브는 이날 민희진 대표와 신동훈 부대표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장을 서울 용산 경찰서에 제출했다. 하이브는 감사로 확보한 대화록 증거를 통해 경영권 탈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사실만으로 법정에서 배임이 인정 될 지는 미지수다.
어도어 지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희진 대표는 보유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이브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헐값에 넘긴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다. 가요계에서는 민희진 대표에 대해 주주간 계약 위반 이유를 들어 현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민 대표 지분을 회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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