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하림그룹에의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며 숨을 고르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이 상반기 이내로 중장기 전략 발표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영구채 중도 상환을 결정함에 따라 다만 주식 조기 상환을 통해 채권단 측의 지분율 상승으로 인한 몸값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해운 동맹 재편 대처 방안 등 여전히 숙제가 많은 만큼 장기적으로 각자도생을 꾀할 ‘한 방’이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은 지난 2019년 5월 24일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의 중도 상환을 결정했다. 해당 영구채의 표면 이자율은 3%지만 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6%로 금리가 뛰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된다. 때문에 발행 5년 후부터 사용이 가능한 중도 상환 청구권을 이용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 HMM 측의 생각.
그러나 업계에서는 HMM의 채무상환 시도는 채권단(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의 주식 전환 권리 행사를 통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보고 있다. 해당 전환사채의 전환 가액은 5000원으로, 1만5000원 가량인 HMM의 주가를 고려했을 때 전환하는 것이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득이기 때문.
물론 아직 상환 가능성이 닫히진 않았다. 다만 상환 예정일인 다음달 24일까지 채권자가 전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가능한데, 문제는 과거 산은과 해진공 측에서 전환권을 행사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HMM은 1조원 규모의 영구채 상환을 추진했으나 채권단 측이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권리를 행사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텝 업 기일이 오는 5월 24일이고, 30일 이전까지 상환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검토해서 여러 가지 경제적 상황과 수익 관계를 파악해서 전환권 행사 여부를 판단 검토해서 (주식 전환) 결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높아지는 몸값, 악화되는 인수 조건... 인수자 부담 ↑
문제는 주식 전환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HMM의 인수가 한층 어려워지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인수를 하게 된다 한들 여전히 정부의 감시하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1조6800억원인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의한 지분 희석 효과로 채권단으로부터 현재 HMM의 지분 57.9%를 사들인다 한들 이들이 다시금 32.8%의 지분율을 갖는 2대 주주가 되어 버린다.
인수자가 계속해서 정부로부터 HMM 보유 현금 유용 방식 등에 대해 간섭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초 딜이 무산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뿐만 아니라 만일 지금의 흐름 대로 채권단 측에서 내년 4월까지 예정된 HMM 영구채 주식 전환을 모두 끝내게 될 경우에도 매각가가 크게 뛴다는 점 역시 문제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이 현재의 57.88%에서 72%까지 증가하면서 예상 매각가가 11조원이 넘어가게 되기 때문. 이는 올해 2월 협상 당시 매각가였던 6조원의 2배가량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 측에서는 이러한 주식 전환과 매각 가격 상승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현재 재매각 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라든가, 매각이 지연되면서 경쟁력이 하락한 부분들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며 “주인 없는 회사로서 계속 장기간 매각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회사에서 경영 능력이 상실되는 상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 중장기 계획의 상반기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 재매각은 그 이후에 한 번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존력 확보만이 살길... HMM, 중장기 전략 발표 이유
최근 HMM이 상반기 이내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기로 한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매각이 어려워진 만큼 핵심인 컨테이너 선박의 규모를 키워 체급을 키우는 한편, 벌크 선박 비중을 높여 컨테이너 선박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을 다변화해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등 향후 있을 매각 타이밍 도래까지 경쟁력을 최대한 올려놓겠다는 것이 골자. 현재 HMM의 컨테이너 사업 비중은 85%에 달한다.
이를 위해 HMM은 △2024년 연말 기준 84척이었던 컨테이너 선복량을 오는 2030년까지 150만TEU(130척)로 확대 △현재 630만DWT(36척)의 벌크 사업을 오는 2030년까지 1228만DWT(110척)으로 확대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HMM은 컨설팅을 진행해 상반기 중 추후 세부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조선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미 2027년 제작분까지 수주를 마친 터라 지금 계약을 하더라도 2028년 이후에나 선박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 등의 조선소에 선박 제조 의뢰를 요청하거나 타 해운사의 중고 선박을 구매 혹은 용선(선박의 대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보고 있다.
또한 HMM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국내 해운사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 역시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SK해운이나 에이치라인해운이 규모 면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다.
SK해운은 원유운반선 28척을 포함해 액화석유가스(LPG)선, 액화천연가스(LNG)선, 가스선 등 다양한 선박을 60척 보유하고 있다. 반면 에이치라인해운의 경우 그보다 다소 적은 48척을 운용 중이나 벌크선 비중이 31척으로 높아 해당 비중을 높이고자 하는 HMM의 구상에 알맞는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수 가능성이 더 탄력을 받는 이유는 HMM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적지 않다는 점과, 지난해 이미 현대LNG해운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는 점 때문이다. 비록 당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컨소시엄 측에서는 해당 매물의 가격을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책정한 반면, HMM은 3000억원대를 제시하며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관계자 “해운 동맹 재편, 내년 1월까진 여유 있어”
또 다른 ‘발등의 불’로 여겨지는 글로벌 해운 동맹 재편 이슈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이 다소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는 선사들과 동맹체를 구성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해운 동맹 가입을 통해 선사들은 서로 항로를 공유하고 각국 항만에 터미널과 대리점을 확보하는 등으로 수주 기반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화주들로부터 운송 물량을 확보한다.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세계 1위 선사 ‘MSC’와 2위 ‘머스크’가 결성한 해운동맹 ‘2M’이 오는 2025년 1월 해체되고, 머스크가 HMM이 속한 동맹인 ‘디 얼라이언스’(독일 하팍로이드·일본 원·한국 HMM·중국 양밍)의 ‘하팍로이드’와 당해 2월부터 ‘제미나이 협력’이라는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기로 하며 큰 규모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 예고된 상태다.
문제는 하팍로이드의 탈퇴로 인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디 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며 큰 폭의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2M(점유율 34.2%)과 ‘오션 얼라이언스’(점유율 29.1%, 프랑스 CMA-CGM,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홍콩 OCCL)에 이어 18.4%의 점유율로 기존 3위를 차지하고 있던 디 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은 11.4%까지 하락하게 된다.
이외 다른 변화가 없을 경우 오션 얼라이언스가 1위, 제미나이 협력이 21.7%로 2위, 단독으로 19.5%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MSC가 3위가 됨에 따라 디 얼라이언스의 순위는 4위까지 하락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가 빠져나감에 따라 아시아 선사들로만 동맹이 구성되며 이전 같은 항로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 1위 선사 부상이 유력한 오션 얼라이언스가 지난 2월 동맹 기한을 5년 연장하기로 밝힌 것 역시 디 얼라이언스 입장에서는 악재다. 상위 동맹과의 격차가 좁혀지기 어려워 졌음은 물론, 새로운 파트너 물색에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회사가 (해운동맹 재편 대비를) 진행 중이다”라며 “하팍로이드가 내년 1월까지는 (동맹에 남아)있으니 올해는 특별한 사안은 없고, 그 사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희가 (HMM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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