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증권거래위 보고 ‘20-F’ 보고서 공개
"대만 파운드리에 전기료 인상 큰 악재" "AI 반도체 매출 비율 43%"
[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지난 1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8일 실적 발표 당시, 미국 증시에 상장한 해외 기업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무적으로 매년 제출해야 하는 ‘20-F’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산업의 위험 요인이 잘 정리돼 있다.
TSMC는 전기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인공지능용 고성능 컴퓨터가 늘어나며 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 요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TSMC는 이처럼 오르는 전기료가 반도체 공장의 운영 비용을 증가하게 만들어 실적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미래의 위험 요소 중 하나로도 ‘전기료 상승’을 꼽은 것이다.
TSMC는 간담회에서 “대만의 전기료는 지난해 17% 인상된 데 이어 올해 4월 1일 다시 25% 올랐다”며 “전기료 인상이 올해 매출 총이익률(전체에서 원가를 제외한 매출의 비율)을 0.6~0.7%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AI 첨단 반도체가 TSMC의 수익성에 부담이라고 전했다. TSMC는 보고서에 매출 총이익률이 지난해 54.4%로 전년(59.7%)보다 악화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분기는 53.1%로 더 낮아졌다. TSMC는 올해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역설적이게도 현존하는 가장 성능 좋은 반도체인 3나노 반도체의 매출 증가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는 간담회에서 “5나노·7나노 반도체에 비해 3나노 반도체의 공정은 매우 복잡하다. 아울러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기 수년 전에 우리가 일찌감치 가격을 책정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가격 책정 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TSMC가 가격에 아직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TSMC는 3나노 반도체의 판매량 증가로 인해 올해 매출 총이익률이 추가로 3~4%포인트 정도 하락해 50%를 밑돌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고부가 제품인 첨단 반도체의 수요 증가는 TSMC에 기본적으로 호재다. 장기적으론 실적에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TSMC는 1분기 실적 발표 문답에서 양산 시작(2022년 12월) 후 3년 정도 지난 내년 말쯤이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3나노 반도체 가격 책정이 가능해지고 비용도 절감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TSMC는 아울러 “3나노 출시 때의 경험을 살려, 내년 하반기쯤 생산 예정인 2나노 반도체를 판매할 때는 시장 상황을 더 잘 반영한 더 정확한 가격 책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SMC는 미·중 분쟁 격화를 사업의 중요한 불확실성 중 하나로 꼽았다. 예를 들어 미 상무부는 (미국이 독보적인)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1년 단위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TSMC는 중국 상하이·난징에 이 장비들이 필요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매년 정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동맹국에도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TSMC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TSMC 반도체의 중요한 구매국 중 하나다. 지난해 TSMC 매출 중 중국의 비율은 12%로 북미(68%) 다음으로 높았다. 2021년 10%, 2022년 11%에 비해서도 올라간 수치다. 아시아·태평양(중국·일본 제외) 지역의 비율은 8%, 유럽·아프리카와 일본이 각각 6%였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은 2조1617억대만달러로 2022년보다 다소 줄었는데, 일본을 제외하고 매출이 증가한 지역은 중국뿐이었다. 다만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매출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분기 매출 중 중국 비율은 9%로 내려갔다.
여러 위험 요인에 대비하고자 TSMC는 새로운 사외이사진을 최고 전문가들로 채웠다. TSMC는 6월 이사회부터 참가할 새 이사진 명단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경영진을 포함해 총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7명이 사외이사다. 이는 원래 6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한 명 늘린 것이다.
사외이사의 면면을 보면 대만 재무부 장관을 지낸 린취안과 교수 출신 한 명을 제외하고 다섯 명이 다른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자일링스 등 반도체 회사, 브리티시텔레콤·제록스 등 기타 정보기술(IT) 기업, 에너지 회사(수노코) CEO 출신 등을 사외이사로 두고 회사 경영을 감시하게 하고 있다.
‘교수 출신’은 세계 최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 출신이자 전 MIT 전자공학·컴퓨터공학부 학장인 라파엘 레이프다. 사외이사진 대부분을 TSMC 관련 업종 최고 전문가들로 채운 셈이다.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비(非)대만 출신 외국인인 점도 눈에 띈다.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보다는 교수·관료 출신이 많고 외국인이 매우 드문 것과 매우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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