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북 예천의 한맥 컨트리클럽(회장 임기주)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더 파운더스컵 with 한맥CC(총상금 7억원)는 기존 투어와는 색다른 면이 있다.
대개 투어는 스폰서가 자사의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기위해 대회 스폰서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창설한 파운더스컵은 1968년 KPGA를 창설한 창립회원에 대한 예우와 그 업적을 기리기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남다르다.
협회 창립회원은 모두 12명. 한국프로골퍼 1호인 연덕춘을 비롯해 회원번호 2번 신봉식, 3번 박명출, 4번 배용산, 5번 김복만, 6번 한장상(84), 7번 한성재(86), 8번 김성윤, 9번 홍덕산, 10번 이일안(83), 11번 문기수, 12번 조태운이다. 생존해 있는 창립회원은 3명으로 한장상, 한성재, 이일안 고문이다.
이들의 헌신으로 한국프로골프는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올해로 56년을 맞고 있다.
남자 대회는 올해 22개 대회, 총상금 280억원에 이른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창설도 KPGA 역할이 컸다. 지금은 KPGA 대회수나 총상금 규모보다 커졌지만 1978년 독립하기까지 KPGA에 소속된 여자부였다.
KPGA의 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는 故 연덕춘 고문(1916~2004년)이다. 연덕춘 고문은 한국 최초의 프로골프 선수이자 KPGA 회원번호 1번이다. 194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첫 우승한 선물이다. 1956년에는 박명출 고문과 함께 현 골프 월드컵의 전신인 제4회 캐나다컵 인터내셔널 트로피 챔피언십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했다. 한국 골프를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 디 오픈에 출전하기도 했고, 그는 1958년 국내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 1회 대회서도 정상에 올랐다.
연덕춘 고문의 역할은 선수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후배의 발굴 및 양성에 노력을 기울였고, 1963년에 프로골프회를 조직했다. 프로골프 선수끼리의 친목 단체였지만, 회칙에 프로 자격을 인정하는 절차와 프로 선수 자격이 지켜야 할 덕목 등을 넣었다. 이후 5년 뒤 KPGA가 창설됐다.
연덕춘에 이어 1972년 일본에서 우승한 '아시아의 아이언 달인' 한장상은 1973년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에 출전하기도 했다. 특히, 한장상은 KPGA 선수권대회에 50년 연속 출전기록을 갖고 있다.
협회 창립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68년 박명출과 홍덕산이 라운드 중 당시 김형욱(1925~1979년) 중앙정보부장에게 ‘협회를 만들고 싶은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김형욱 부장이 경제계 인사들에게 ‘점심을 살 테니 나오라’며 현재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에 위치한 중국식당 아서원으로 불러 모았다.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제3공화국 중앙정보부장의 초청 자리에 경제계 인사들은 대부분 참석했다. 45명 정도가 모인 자리에서 김형욱 부장은 문학림 비서실장에게 협회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하도록 했다. 이후 기업인들과 서울컨트리클럽 회원 대상으로 창립 기금을 모았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장상 고문은 “김형욱 부장은 식사 후 방명록을 꺼내 참가 기업인들에게 성금을 내라고 했는데, ‘최하가 100만 원입니다’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모은 기금은 2070만 원 정도. 이날 모든 사람들끼리 한국프로골프협회의 정관과 운영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KPGA는 이날 회동을 창립 총회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한 연덕춘, 신봉식, 박명출, 배용산, 김복만, 한성재, 김성윤, 홍덕산, 이일안, 문기수, 조태운 고문까지 12명이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12명은 협회 창립준비위원회를 꾸려 한 달 뒤인 5월 17일 전 삼양통상 회장인 허정구 이사장(1911~1999년), 전 대농그룹 박용학(1915~2014년) 회장을 부이사장, 연덕춘 상무이사 등 임원진을 구성해 한국프로골프협회를 창립했다. 다만, 당시 문교부에서 사단법인으로 정식 인가를 받은 날인 11월 12일을 공식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
허정구 이사장은 1968년부터 1971년까지 KPGA 초대 회장을 맡았다. 허 이사장은 KPGA선수권 및 한국오픈을 창설했다. 1968년 프로테스트를 실시해 박정웅(1차), 손흥수, 최금천, 부산 5형제 프로 맏형 김석봉, 조진석, 강영일, 김승학(2차)을 선수로 선발했다.
KPGA는 19대 회장까지 17명으로 선수출신이 11명, 나머지는 기업 총수 등이다.
한국프로골프 투어는 올해 67회 KPGA 선수권과 66회를 맞는 한국오픈을 제외하고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할 만한 대회가 별로 없다. 스폰서로 나섰던 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수층이나 골프인구, 골프산업 등을 감안하면 미국, 일본에 이어 제3의 골프강국이다. 효창공원에 1921년 생긴 골프장을 효시로 한다면 한국에 골프장이 들어온지 10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마스터스, PGA 챔피언십, 디오픈, US오픈 같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가 극히 드문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서 없애는 것은 쉽다. 하지만 대회를 창설하기 위해서는 스폰서에 자처하는 기업이나 기업인, 그리고 협회의 임직원들 및 관계자들의 돈과 시간투자는 물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창설한 대회가 100년 이상 가길 기대한다. 한국에도 1934년 창설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열리는 마스터스같은 대회가 탄생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지난해 12월 대회 유치를 한 한맥CC는 대회 직전까지 코스를 새롭게 단장하는 등 엄청난 투자를 했다. 한맥CC 임기주 회장의 한국골프미래를 위한 '통 큰' 마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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