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이 다른 독일팀에 주도권을 넘겨줘도 오래지 않아 되찾곤 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그 멤버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여름 바이엘04레버쿠젠의 핵심 선수를 데려오는 건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레버쿠젠은 15일(한국시간) 베르더브레멘을 5-0으로 대파하며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여러 차례 준우승으로 독일 상위권 전력을 인정받았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네버쿠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팀의 사상 첫 정상 등극이다. 그것도 리그 일정이 팀당 5경기나 남은 가운데 25승 4무를 기록하며 2위 바이에른뮌헨과 승점차를 16점으로 벌려 조기에 우승을 확정했다.
바이에른은 앞선 11시즌 연속 우승이 끊겼다. 다음 시즌 왕좌를 되찾기 위한 궁리가 이미 진행 중이다. 토마스 투헬 감독을 내보낼 것이 확정됐고, 후임으로는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명망 있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선수 보강도 필요하다.
바이에른이 독일 정상에 돌아가려면 자신들의 경쟁력 회복과 더불어 다른 팀들의 구도도 중요한데, 레버쿠젠의 알론소 감독이 올여름 바이에른으로 이직할 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알론소 감독은 자신이 구축한 레버쿠젠 스쿼드를 이끌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까지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바이에른과 리버풀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1년 더 레버쿠젠에서 지도력을 갈고닦은 뒤 레알마드리드의 러브콜을 기다릴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레버쿠젠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바이에른은 그동안 독일 돌풍의 팀이 등장할 때 그들의 최고 스타를 거액 연봉에 데려오는 게 특기였다. 21세기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02년 여름이다. 2001-2002시즌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3개 대회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트로피는 없지만 세계 정상급 전력임을 증명했다. 그러자 바이에른이 레버쿠젠의 3대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멤버 중 미하엘 발락과 제 호베르투를 곧바로 데려왔다. 1년 뒤에는 루시우까지 빼 오며 바이에른 전력의 축으로 삼았다. 바이에른은 이들을 활용해 곧장 정상에 올랐고, 레버쿠젠은 무려 15위까지 추락했다.
2010-2011시즌부터 위르겐 클롭 감독(현 리버풀)의 지휘 아래 2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차례차례 바이에른으로 간 것 역시 잘 알려졌다. 2013년 마리오 괴체, 이듬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그 2년 뒤에는 마츠 후멜스가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었다. 이때부터 바이에른은 11시즌 연속 우승을 이어왔다.
꼭 우승팀 선수만 데려간 건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 꾸준히 바이에른을 위협했던 베르더브레멘에서 미로슬라프 클로제, 팀 보로프스키 등 핵심 멤버를 순차적으로 영입했다. 2006-2007시즌 우승팀이었던 슈투트가르트의 핵심 스트라이커 마리오 고메스가 2년 뒤 바이에른으로 왔다.
전례를 통해 본다면, 올시즌 레버쿠젠 우승 멤버 중 알론소 감독이 어렵다면 선수라도 여럿 빼가는 게 리그 내 지위를 공고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레버쿠젠 구단은 바이아웃 조항이 없는 선수의 경우 이적료를 최대한 비싸게 불러 붙잡을 생각이고, 선수들도 현재 팀에 만족하기 때문에 허겁지겁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바이아웃은 라이트백 제레미 프림퐁, 센터백 에드몽 탑소바 등 일부 선수들에게만 걸려 있다. 탑소바는 센터백인데 바이아웃이 1억 유로(약 1,484억 원)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발동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프림퐁의 책정 이적료는 그 절반 수준이라 여러 팀들이 달려들고 있지만 선수 의사도 중요하다. 일단 바이에른은 프림퐁 영입이 가능할 경우 경쟁에 뛰어들 생각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트백은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의 핵심 공격형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는 바이에른이 반드시 영입할 선수로 지목했지만, 그게 올여름을 뜻하진 않는다. 선수와 공감대만 형성해 놓고 내년 여름 계약기간이 더 줄어들었을 때 낮은 이적료로 산다는 계획이다.
결국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경쟁력을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현재로선 몰락하거나, 바이에른에 저력을 흡수당할 구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레버쿠젠은 독일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승점 획득능력이 좋은 팀이다. 바이에른도 역대급 팀을 구축해야 다음 시즌 챔피언 자리를 다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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