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일MBC노동조합 공동비상대책위원장, 13일 칼럼 기고
2,30대 세대의 ‘보수화’라는 말이 줄곧 나온다. 그런데 이 말은 그 자체로 틀린 말이다. 2,30대 세대들에게 당신이 보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솔직히 이들 2,30대는 보수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른다.
이들이 쓰는 '보수'라는 말은 그냥 60대 이상 어른들이 쓰니까 따라쓰는 말일뿐이다.
그런데 투표를 하는 성향을 보면 국민의 힘을 찍는 2,30대 남성들의 투표성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정치부 기자나 선거전략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2,30대 신보수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구세대의 시각에서 바라본 명칭일뿐 이들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2,30대 이른바 MZ 세대는 '상실의 세대'다. 버젓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결혼도 어렵고, 출산과 육아는 더 엄두가 나지 않는다.특히 이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 속에 음식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방 청소도 하지 않고 살다가 갑자기 대학 졸업과 함께 불쑥 회사의 상명하복 기업 문화에 접하게 될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상사가 팀원 5명의 커피를 사오라고 막내 신입사원에게 시켰을 때 이들은 머리에서 쥐가 나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
첫째, 왜 자기에게 근로계약에도 없는 일을 추가로 시키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커피셔틀은 과거 학교에서 학폭을 당할 때나 있었던 일이기에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둘째, 왜 5명 중에 왜 이 일이 자기에게 돌아오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괴롭다.
셋째, 이러한 정서적 괴로움에 대해 주변인과 소통하고 상담하여 적응하기 어렵다. 대부분 집에서 외동으로 컸고, 어려움을 겪을 때의 해결책은 주로 유튜브를 통해서 터득했기 때문에 선배의 조언을 구하기 어렵다. 특히 계약직 입사자들은 정규직 선배와의 소통이 과거와 같지 않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 적응이 어렵고 참고 참다가 회식을 거부한다든지 딴 데를 보며 외면한다든지 하다가 사표를 내고 마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이들은 자신들이 겪는 기성세대와의 벽과 사회 규율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들이 뛰어난 관찰력과 촉으로 깨달아낸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는 30년간 구축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진보좌파가 구축해낸 가치관이다.
그래서 민주당 중심의 사회질서와 문화에 반발하면서 국민의 힘을 찍는 것이다.
이들의 국민의힘 선택은 불가피한 차선책이지 자신들을 위한 정당을 찍는 것이 아니다.
특히 2,30대 남성들은 이른바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확산된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이라든지 ‘페미니즘’ 문화를 싫어하고 2,30대 여성들과도 대립하는 정치적 성향을 뚜렷이 나타낸다. 이는 군가산점이 없으면 입사시험에서 번번히 밀리는 현상과 근사한 일자리 부족 현상과 맞물리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연공서열적 노조의 기수문화에 대한 반감,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 상명하복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돈과 명품, 편안함과 소확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빠르게 기업 문화에 적응하면서 이른바 ‘젊은 꼰대’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들을 관통하는 정신적 가치는 안타깝게도 ‘이기주의’인데 불문률은합리적으로 납득이 되면 인정하고 물러선다는 점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이다.
이들 2,30대 남성들에게 5.18나 4.3은 별로 관심이 없으나 어머니나 아버지가 이러한 일들을 상기하며 분개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면 동조하여‘전두광은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소중함을 진지하게 인식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자본주의는 그냥 물이나 공기와 같은 것일 뿐 누가 빼앗아간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는 질서이며 대한민국은 태어날 때부터 민주주의 국가였고 선진국이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건국전쟁’을 가르치고 이승만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소구되지 않는 캐치프레이즈다.
이들에게는 ‘군 가산점 부활’ ‘기업 채용의 남녀 기본쿼터제’ ‘비트코인 거래 활성화’ ‘기업 내 갑질문화 근절’ ‘군대의 대민지원 축소’ 등이 더욱 민감한 이슈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의 포퓰리즘은 이들 2,30대에게 소구력이 있는 정책이다. 명품을 사고, 아이폰을 사려고 잠깐 일하는 세대인 이들에게 4인가족 1백만원을 준다는 정책은 아이폰을 새로 바꾸는 비용을 준다는 것이니 얼마나 솔깃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2,30대 남성은 보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위선, 남성탄압정책이 싫어서 국민의힘에 동거하는 ‘코아비타시옹’일뿐이다.
이 동거가 여당에게도 싫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공약을 개발하여 이들을 한울타리 내로 끌어와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정책연대는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상 매우 오래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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