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셰익스피어 원작으로 환상과 꿈을 무대에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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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셰익스피어 원작으로 환상과 꿈을 무대에 펼치다

여성경제신문 2024-04-13 09:00:00 신고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한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영국이 자랑하는 근대와 현대의 대표 인물이 만났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은 이탈리아어 대신 영어로 하는 작품이다. 대부분 오페라에서 볼 수 있는,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프리마 돈나가 없다. 


특이하게 주역 중 하나인 오베론은 카운터테너이다.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협연했던 제임스 랭이 출연했는데, 바로크 시대 관객들이 카스트라토의 노래에서 즐겼을 기이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크 시대에는 거세가수인 카스트라토가 여성의 음역대인 고음을 부르곤 했다. 


오페라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인물은 요정 퍽이다.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이 맡아 화제인 그는 사랑을 전하는 큐피드인데, 공연 내내 종횡무진하며 무대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그런데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다. 1막에서 헤르미아와 라이샌더,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 연인의 사랑은 요정 퍽이 사랑의 화살(묘약)을 잘못 쏘므로 인해 서로 엇갈리며 갈등을 빚는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진 극중극 '피라무스와 티스베'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중간중간 웃음이 터진 극중극 '피라무스와 티스베'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3막에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들은 원수 가문의 두 연인이 오해로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어버리는 극중극(피라무스와 티스베)을 관람하는데, 중간에 웃음코드가 곳곳에 있어 재미있지만 뜬금없이 이어지는 극의 흐름에 관객은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극의 마무리에 이르러서야 요정과 연인 그리고 극중극을 연기하는 마을 사람들이 따로 국밥처럼 독립하면서 서로 연결됨을 이해하게 된다. 노래 대신 대사만 하는 역할인 퍽의 실수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오가던 무대는 그의 마무리 멘트로 이 복잡한 이야기가 극적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꿈을 꾼 듯이 공연이 눈 앞에 펼쳐졌다.


브리튼의 음악은 소박하고 단순한 극중극, 사랑하는 연인을 표현하는 로맨틱한 선율과 요정들을 상징하는 환상과 몽환의 음악을 선보인다. 두 대의 하프와 하프시코드, 첼레스타, 트라이앵글 등은 비현실적인 요정의 세계를 소리로 무대에 재현하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경기필하모닉 오페스트라)는 작곡가의 의도에 맞추어, 앞서거나 서두르지 않고 가수들의 호흡과 동선에 딱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연주했다. 

  이번 공연에 사용된 하프와 첼레스타, 하프시코드(시계 방향)  사진:한형철
  이번 공연에 사용된 하프와 첼레스타, 하프시코드(시계 방향)  사진:한형철

 

무대디자이너 슈테판 마이어의 아름다운 무대와 조명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 콘셉트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끊임없이 역동성을 보여주며 움직인 여러 개의 간이세트는 실내와 숲, 꿈과 현실을 재치있게 보여주었다.


이날 디테일과 웃음코드를 한껏 살리는 연출을 보여준 볼프강 네겔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결혼’이라는 질서와 한여름밤의 마법과도 같은 ‘자유’ 중에 무엇을 더 열망하느냐고.


레치차티보와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로 전개되는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낯설 수도 있겠다. 인터미션 때 만난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렵다, 박수 칠 기회도 없다” 또는 “바그너처럼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아 좋다” 등으로 갈렸다. 

 

무조와 12음계 등이 유행한 현대음악은 다소 난해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한다면 이 오페라는 요정을 만나는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사랑이야기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것 또한 환상이요 꿈이 아니던가! 이번 주말에는 오페라하우스를 찾아 어른들의 동화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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