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SM6는 더 이상 개발 계획이 없다. 기존 엠블럼과 차명 그대로 간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명과 엠블럼 변경을 발표하며 SM6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다. XM3는 아르카나로, QM6는 로장주 엠블럼으로 교체 등 주력 차종의 새 단장을 알렸으나 SM6만큼은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알리며 우회적으로 단종될 것임을 시사했다.
SM6는 지난 2016년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메이드 인 코리아’ 대표적인 르노코리아 주요 판매 모델로 현대차 쏘나타와 함께 ‘중형 세단’계를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단종 수순에 이르러 새 엠블럼조차 달아주지 않는 모델이 됐다.
같은 중형 세단 현대차 쏘나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1985년 1세대 출시 이후 줄곧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쏘나타는 한 때 누적 판매량 9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국민차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으나, 현재는 다음 신형 개발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중형 세단 말리부도 단종이 유력하다. GM의 간판급 세단 쉐보레 ‘말리부’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고 있다. 한국GM 부평 2공장에서 생산, 브랜드 유일한 중형 세단이었던 말리부는 2011년 등장과 동시에 연간 1만대 이상을 꾸준히 판매하며 브랜드 내 효자로 자리 잡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0년 사이 극심한 부진을 겪던 한국GM은 지난해 8월 스파크, 트랙스와 함께 말리부 개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다만 2025년에야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처럼 중형 세단이 사라져 가는 이유에 대해 SUV 강세와 대형차 선호 등을 주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SUV 신모델들은 공간활용 면에서 특화돼 있다는 SUV의 특색에 더해 승차감과 주행성능까지 개선해 상품성을 올렸다.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사륜구동 대신 이륜구동을 채택해 도심 주행에 더욱 적합하게 바꿨고, 디젤이 주를 이루던 파워트레인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전기로 진출해 선택 폭을 넓혔다.
팬데믹과 엔데믹으로 이어진 환경적 변화로 인한 개인 공간의 중요성도 세단에 비해 SUV에 유리해졌다. 세단에 비해 큰 주거 공간과 트렁크는 캠핑, 차박이 유행하는 시점과도 맞물렸다.
더불어 중형 세단급의 애매한 거주공간은 큰 약점으로 작용해 대형세단보다도 훨씬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사의 지난해 1~8월 내수 판매량 중 SUV, 소형 픽업트럭 등 RV 비중은 6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SUV 등이 세단의 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완성차별 새로운 해결책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3일 내연기관 중형 세단 중 유일한 택시 전용 ‘쏘나타 택시’를 출시했다.
일반 차량 대비 약 2배 강화된 내구 시험 과정을 거쳤으며, 내구성을 높인 택시 전용 스마트스트림 LPG 2.0 엔진, 택시 전용 6단 자동변속기, 일반 타이어 대비 약 20% 내구성이 강화된 타이어를 적용해 활용도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준중형급, 중형급 등 공간감이 애매한 세단 세그먼트의 단종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전기차 전환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세단 개발 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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