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태종 기자 = 지리산 펜션 주인을 구타 살해한 남성이 거액 공탁으로 감형받은 뒤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이 돈을 찾아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일 MBC '실화탐사대'는 공무원 정년 퇴임 후 지리산에서 손수 펜션을 지어 운영하던 고(故) 민제호 씨 사망사건을 조명했다.
사건은 지난 2021년 2월 19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쯤 남성 A 씨(당시 35)가 홀로 숙박하겠다며 민 씨의 펜션에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천왕봉이 보이는 명당자리에서 반복해서 절을 하거나 기체조를 하는 듯 몸을 풀기도 했다.
이어 A 씨는 가족들과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민 씨를 보고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했고, 객실 열쇠를 받으면서도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지자 A 씨가 돌변했다.
약 1시간 뒤 A 씨는 객실에 먼지가 많다며 민 씨에게 항의했고, 당시 다른 방을 점검하던 민 씨가 "방에 가 있으면 치워주겠다"고 했지만 그를 졸졸 쫓아다녔다.
방문 앞에 서서 고민하던 A 씨는 이내 민 씨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은 약 10여분 간 함께 있었고, 해당 방에서는 A 씨 혼자 빠져나와 그대로 도주했다.
5분 후, 민 씨의 펜션에 예약한 투숙객이 찾아오면서 민 씨가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가 검거된 곳은 펜션에서 약 200m 떨어진 움막이었다. 이곳에 은닉한 A 씨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민 씨가 살해된 방은 온 사방이 피 칠갑이 돼 있었다고. A 씨는 주먹과 발만 이용해 민 씨의 안면 부위를 집중 폭행했고, 결국 민 씨는 극심한 두부 손상으로 인한 실혈성 쇼크사로 숨을 거뒀다.
범행 이유에 대해 A 씨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집주인 따라가겠다는 망상병이 있었다"면서 "(민 씨가) 통화로 사람 3~4명이 더 온다고 했는데, 사람이 오니 공포감에 제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먹이 제일 먼저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심하게 폭행해서 도망갔다. 제가 의사도 아니고 그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건 모른다. 함부로 폐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신 치료 받은 경력 없다. 펜션 주인(민 씨)이 갑자기 악으로 보였고 저도 스스로 죽을 듯이 머리를 세게 박았다. 제 머리 만져봐라. 제가 악이라고 생각하고 '이 정도면 충분히 됐다'라고. 마지막에 얼굴을 제일 세게 발로 찼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심 판결에서는 A 씨가 주장한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에서는 돌연 그의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1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공탁한 점을 바탕으로 무려 4년이나 감형됐다.
특히 A 씨는 피해자 가족 모르게 선고 일주일 전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걸었다. 아울러 약 일주일 만에 해당 공탁금을 A 씨의 어머니가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측은 형사 사건에 언제든 다시 돈을 빼갈 수 있는 민사용 공탁 절차를 밟은 것이다.
민 씨의 유족은 "우리가 용서도 안 하고 공탁도 싫다는데…모두 가해자를 위한 판사만 있는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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