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메탄 감시 위성이 석유와 가스 추출 현장에서 나오는 메탄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메탄은 화석 연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문제다.
인간 활동으로 메탄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분야는 농업이고, 유전 및 가스전에서의 메탄 배출이 그다음이다. 하지만 메탄은 기후 위기와 관련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비율로 따지면,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60%는 인간 활동에서 나온다. 나머지 40%는 자연 배출원이다. 자연 배출원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빠르게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이나 점점 더 물에 잠기고 있는 습지 등이 있다.
메탄은 지금까지 일어난 지구 온도 상승에 약 20~30%의 책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CO2)보다는 수명이 짧지만, 대기 중에 20년간 머문다고 가정했을 때 온실효과는 CO2보다 80배 이상 크다.
이렇게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배출원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정리했다.
영구동토층
러시아 야말반도와 기단반도의 시베리아 북부에는 영구동토층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분화구가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분화구 바닥에 있는 물에서는 높은 농도의 메탄이 검출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이론은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 깊숙한 곳에 가스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층층이 얼음으로 덮여 있던 가스층이 폭발하며, 얼음과 흙을 수백 미터까지 날려 보내고 땅에 거대한 흔적을 남겼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러시아 북쪽 지역에서 이런 형태의 분화구가 나타나는 정확한 이유가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엄청난 양의 메탄이 나온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빙하수
지구 기온 상승으로 전 세계에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년 동안 빙하에 숨겨져 있던 환경이 드러나고,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이 빠져나오고 있다.
코펜하겐 대학에서 2023년에 발표한 연구가 하나 있다. 캐나다 북서부 유콘 지역의 빙하 3곳이 녹은 물의 메탄 농도가 대기 중보다 최대 250배 높았다는 연구다. 저자들은 논문을 통해 “얼음 아래에 있던 메탄의 방출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포괄적이고 훨씬 더 광범위하다”며, 이처럼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수력 발전
수력 발전용 댐과 저수지에서 나오는 메탄은 물에서 배출되는 메탄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환산하면 매년 약 1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메탄은 저수지 바닥에서 물질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데, 전기 생산을 위해 물이 터빈을 통과할 때 대기로 방출된다. 영국 스타트업 ‘블루메탄’은 이러한 메탄 기포를 포집해 발전 및 난방용 바이오가스,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염된 강
강과 호수 같은 담수 생태계는 전 세계 메탄 배출량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 연구팀이 2020년 홍콩 내 번화가 중 하나인 ‘뉴 테리토리’를 가로지르는 강을 분석했더니 메탄과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가 과포화 상태였다. 그리고 강이 오염되면 오염될수록 배출량도 증가했다. 강에는 농작물에 쓰이는 살충제나 비료 등을 통해 많은 양의 탄소와 질소가 유입된다. 이는 미생물의 유기호흡 및 무기호흡을 통해 분해된 뒤 이산화탄소와 메탄 및 아산화질소로 다시 방출된다.
소
소 트림에서 배출되는 메탄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배출되는 메탄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논에서 가축에 이르기까지, 농업이 지구상에서 인간에 의한 메탄 배출의 가장 큰 원천이라고 말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소가 가장 큰 메탄 배출원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축사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유전 및 가스전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분야의 메탄은 다루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먹거리와 농민의 농사 분야나 방식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축산 시설과 관련 데이터도 구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원격 메탄 추적 센서를 달거나 위성 관측을 실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또 축산업이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있거나, 농업 지대는 보통 다른 배출원과 섞여서 정확한 배출원 구분이 어렵다고 말한다.
습지
습지 역시 메탄의 자연 공급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강우량이 불규칙해지면서, 물에 잠긴 토양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메탄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북극-아한대 지역 습지에서 메탄 배출량은 지난 20년 동안 9% 증가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이 지역의 습지에서 연평균 20조kg의 메탄이 배출됐고, 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약 55채의 무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매립지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쓰레기는 농업과 에너지 생산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메탄 배출원이다. 매립지에서 썩는 유기물에선 다량의 메탄이 나온다.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뭄바이의 한 매립지에서 시간당 약 9.8톤, 연간 8만5000톤의 메탄이 배출됐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줄이는 한 방법은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지로 보내지 않고 퇴비화하는 것이다.
산불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가 늘고 산불의 강도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산불이 발생했을 때 나오는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화재에서 메탄 등 오염 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2020년에 발생한 대형 화재 20건에서 배출된 메탄 양이 지난 19년간 발생한 산불에서 나온 것보다 7배나 많았다고 한다.
알래스카의 ‘나사’ 연구팀에 따르면, 산불이 꺼진 후에도 현장에선 메탄이 계속 배출된다. 산불로 타버린 툰드라에서 ‘메탄 핫스폿’이 나올 확률이 인근의 불타지 않은 지역보다 29% 더 높다는 것이다.
사실 메탄은 오랫동안 CO2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메탄은 지구 기온 상승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메탄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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