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태오는 뉴욕에서 배우란 꿈을 갈고 닦았고 한국에서 꿈을 펼친 후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2019년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른 '레토'를 통해 고려인 최를 연기해 호평을 얻은 후, 5년 만인 2024년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수상은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지만,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 '바튼 아카데미' 폴 지 아마티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경쟁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한 작품으로,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앞서 이 영화는 유수 영화제 210개(2월 말 기준)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을 할 땐 결과를 생각하지 않아요. 만들었을 때마다 진솔한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고 시나리오 읽었을 때 느낀 여운을 조금 더 생각하죠. '패스트 라이브즈'는 동양적인 철학, 인연 두 가지 요소를 해외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패스트 라이브즈'의 전 세계적 호평은 유태오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한층 더 높이는 성과가 돌아왔지만 정작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상은 마케팅 요소라고 생각하고 저는 부담이나 무게를 느끼지 않아요. 과거, 미래가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이거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쨌든 영화가 세계적인 시장에서 흥행한 건 기뻐요. 객관적으론 제 커리어가 올라갔죠. 지금도 오디션은 많이 보지만 최근 들어 오퍼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선택의 여유가 생긴 거죠."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연기한 해성은 같은 반 친구이자 첫사랑인 나영과 재회와 이별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유태오는 해성의 정서에 집중했다.
"전 캐릭터를 연구할 때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요. 공통점이 있으면 그걸 극대화해서 파고드는데 이번엔 그게 한(恨)이었어요. 한은 자기 환경을 받아들여 의지하거나 변화시키지 못한 억울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한이라는 정서를 너무 잘 이해하는 사람이고요.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감수성만으로도 그걸 표현할 수 있어요. '패스트 라이브즈' 속 한은 화, 슬픔, 더 넓게는 아련한 미소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어요."
유태오는 20대와 30대의 해성을 연기하면서 자신만 알 수 있도록 묘하게 변주를 줬다.
"많은 배우들을 공부하면서 해답은 아니지만 영감을 얻었어요. 외면적인 모습은 미술팀이나, 스타일링팀에 맡기고 눈빛과 피치에 더 신경 썼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어렸을 때 목소리 피치가 조금 높고 나이를 먹으면 조금 낮아요. 그걸 관객들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요. 또 세상을 바라보는 눈비과 마음가짐, 해성의 경험, 뉴욕에 가서 나영을 보는 눈빛도 염두에 뒀어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유태오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남성 해성을 연기하기 위해 발음과 뉘앙스를 연습하는 것은 물론 대사가 가진 감성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제 연기 코치님이 있어요. 그 분이 한국어 스피치 강사, 언어 치료도 하시고 배우의 업도 가진 분인데, 그 분은 어휘 안에 담긴 배경까지 설명해 줘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저는 우리나라 시장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외국 사람에게 이 어휘가 어떻게 들릴지도 같이 고민했어요. 할리우드에서는 동양인 남자를 무(無) 인간화 시키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도양ㅇ인 남성 캐릭터는 너드, 코미디, 무술 스테레오 타이프 등으로 소비되곤 했죠. 하지만, 해성을 통해 남자 주인공으로 로맨틱한 리드를 해야 했고, 한국어의 억양에서 그런 지점을 발견하려 했어요."
여러 곳에서 꿈을 향해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온 유태오의 배경은 연기하는데 장점으로 작용 중이다. 트라우마, 결핍도 자신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여기서 기인하는 감수성은 자신 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솔직히 제가 보기에는 모든 배우들도 똑같아요. 모두 결핍이 있을 겁니다. 그걸 솔직히 이야기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유태오의 롤모델은 톰 크루즈와 마동석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펼쳐나가고 싶은 목표가 있다. 여기에 언젠가는 후배들을 위한 연기 단체를 만드는 것도 이뤄내고 싶은 꿈 중 하나다.
"한국과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더 높인 후, 프로듀서로 일하고 싶어요. 또 6~70세 때는 연기 단체를 만들고 싶고요. 제가 현장에서 배운 모든 것, 공부했던 커리큘럼을 한국 배우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그래서 아시안 배우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오디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다음 세대를 위해서요. 그렇게 하고 싶으면 우선 제가 인정 받아야겠죠.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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